환상적인 전망을 가졌음에도 오랫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방치돼 왔던 동작 구름·노을까페가 지난달 31일 이마트24에 운영권을 넘겨줬다. 어떻게 변화했을까 궁금증이 컸다. 지난 2일 주말 동작 구름·노을까페에 들러 살펴봤다.
서울 동작역에서 내려 지도를 따라가니 금방 단독건물로 되어 있는 까페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마트24의 시그니처 색깔인 노란색과 검정색으로 푯말이 꾸며져 있어 멀리서도 잘 알아볼 수 있었다. 구름·노을까페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들를 때마다 항상 사람이 없어 한산하던 엘리베이터 앞에는 벌써 친구와 함께 오거나 가족과 함께 온 몇몇 그룹이 대기 중일 정도여서 살짝 놀랐다. 자리가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서오세요,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경쾌한 직원의 인삿말이 들렸다. 전체 3층이었던 예전과 다르게 이마트24가 재탄생시킨 동작 까페는 걸어올라가는 계단 라운지까지 층으로 꾸미고 창을 크게 틔워 5층짜리 건물로 바뀌어 있었다. 이 때문에 공간이 확 넓어져 사람이 꽤 붐볐음에도 앉을 자리는 넉넉했다.
내부에는 밝은 조명이 들어왔고, 바깥 창문도 깔끔하게 청소되어 바깥 전망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망을 즐길 수 있도록 한강을 향해 바라보는 방향으로 5층까지 테이블과 의자가 넉넉하게 놓아져 있었다. 예전에는 조명도 어두컴컴하고, 외부 창도 투명하지 않아 바깥조망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과 비교됐다. 일부 테이블에는 휴대폰 충전기 등을 꽂을 수 있도록 콘센트도 마련됐다.
매장 안에는 데이트를 하러 온 연인뿐 아니라 주변 현충원을 산책하고 온 산행족, 어린아이들와 함께 온 가족 단위도 많았지만 5층으로 공간이 분산되어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메뉴를 둘러보니 어린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편의점답게 상품 구색이 다양했다. 우선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답게 싱글오리진 원두로 만든 아메리카노와 까페라떼를 주문할 수 있었다. 가격도 아이스를 기준으로 3000원이어서 부담이 없었다. 또 수제맥주인 데블스도어 맥주가 8000원, 하이네켄이 7000원이었고 만두와 소시지 등 간단한 안주도 판매했다. 기존 동작 까페에서는 주스 하나 값만 1만원을 호가하던 기억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밖에서 음료를 사오면 잔을 마련해 주는 콜키지도 5000원을 내면 서비스 가능했다.
계산대 바로 앞에 샌드위치와 케익류, 과일, 도시락 등의 냉장고가 마련돼 있어 까페에서처럼 사이드 메뉴를 주문하기 편했다. 커피 하나와 주스를 주문했는데, 3000원의 저렴한 가격에도 생원두의 맛이 나서 꽤 만족스러웠다.
바리스타에게서 넘겨받은 커피의 첫 맛은 좀 쓰다고 느껴졌다. 물이 많이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물을 추가자하자 깊은 맛이 우러났다. 매장이 붐빌 것을 대비해 매장 안에는 무인 포스(POS), 즉 셀프계산대가 비치돼 계산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것도 편리한 점이었다.
내부 안쪽으로 둥글게 전시돼 있는 메인 매대에는 생수와 커피, 콜라, 세계맥주 등 다양한 음료와 아임이(I'm e) PB를 비롯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자제품, 치즈 등 안주류와 속풀라면, 신라면 등 컵라면도 살펴볼 수 있었다. 심지어 와인도 구비되어 있었다. 둥근 매장의 동선을 고려해 안쪽으로 매대를 만든 방식이 효율적이었다. 다만 맥주나 와인의 경우 냉장고에 비치되지 않아 시원하지 않아 보이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라는 영업 시간이 알려주듯, 점심에 간단하게 요기할 것부터 저녁에 맥주나 와인 한 잔과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구색을 갖췄다. 저녁 시간에 들러 샌드위치나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한강을 바라보며 안주와 곁들여 와인이나 맥주 한 잔 하기 좋아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도 손색없었다. 아직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들이 매대 진열을 계속 바꾸면서 실험해 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매장 3층부터는 문학동네가 비치한 도서가 있어 커피나 간단한 다과와 함께 비치된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별마루 라운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책들은 주로 소설류가 많았다.여기서 책을 읽다가 다시 배가 고파지면 밑으로 내려가 음식을 주문하고, 다시 올라가면 독서를 할 수 있어 이 역시 확실히 체류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였다. 또 5층 루프탑까지 높은 곳에서 한강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야외 공간을 마련해 이 루프탑 공간이 또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을 듯했다.
애초 동작 구름·노을까페는 2009년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했지만 비싼 음료 가격에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영업이 잘 되지 않았다. 문을 닫기를 여러번 하는 등 골칫거리였다. 이마트24는 한강 조망 등의 장점을 살리고 고객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라운지형 까페 점포를 목표로 리뉴얼하며 이번 한강사업본부의 입찰을 따냈다. 본사에서 직영하는 형태이며 점포 운영 기간은 3년이다. 한 명의 점장이 양 까페를 운영하며 파트타임 사원들이 2명씩 근무하고 있다.
이마트24는 클래식이 있는 편의점인 예술의전당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삼청동점, 지역의 명소인 북악팔각정점 등을 운영하며 고객이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이 차별화된 점포로 고객은 물론 가맹점주까지 사로잡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상징성에 더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소소한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동작 구름·노을까페에서는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에는 출판사 문학동네와 김보통 웹툰작가가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열린다. 매월 문화동네의 추천 작가가 동작 구름×노을카페에 방문해 작품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20일에는 바리스타 클래스가 진행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기존의 집기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생각보다 투자금이 아주 많이 들어가지 않았고, 체류시간을 늘리도록 문학동네와 제휴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다"며 "이미 주말에는 고객이 꽤 많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