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김건희 특검의 달’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특검법의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제3자’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이 줄곧 비판해 온 ‘독소 조항’을 없애 여당의 이탈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 방식에 대해 모두 열어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독소조항 운운 그만하고 국민이 납득 가능할 안을 제시하라. 그러면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당이 주장하는 ‘독소조항’을 배제하는 식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특검법의 수사 범위를 기존 13개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여론 조작·공천개입 의혹 등으로 축소하고, 특검 추천 방식도 제3자 추천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에 국한한 특검법 수정안을 오는 14일 본회의에 내겠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에서 주장한) 특검 제3자 추천 방식을 수용해 이 내용도 수정안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안을 먼저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감안해 오는 28일 재표결 전까지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이 먼저 특검법을 수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독소조항을 사전 제거해 여당이 특검법을 반대할 명분을 제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한 대표가 지난 7월 전당대회 기간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을 김건희 특검법에도 적용해 한 대표에게 수용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또 여당의 이탈표를 유도하려는 셈법도 담겼다. 특검법 재표결 정족수는 200표다. 108석을 가진 여당에서 최소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법안이 통과된다. 앞서 지난달 4일 재표결에서는 4표의 이탈표가 발생했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은 이번 재표결에서 8표 이상의 여당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심의 큰 흐름이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10월 31일을 기준으로 전후가 달랐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국민 여론이 더 바뀔 것이라 본다”며 “현재 이 민심의 큰 물결을 국민의힘 의원들도 거부할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김 여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6선 조경태 의원은 7일 윤 대통령 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독소조항을 뺀 ‘제3자 특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이 오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4선 안철수 의원은 독소조항을 제외한 김건희 특검법을 여야 합의로 추진하자고 한 바 있다. 일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대통령실의 김 여사 관련 조치가 미흡해 여론이 악화될 경우 여당 내 특검법 이탈표가 더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이러한 여권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특검법에 대한 여권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다만 여당은 민주당의 특검 수정 방침에도 거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할 경우 즉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 역시 ‘민주당이 여당이 주장하는 독소조항을 뺀 특검법을 냈다’는 말에 “민주당의 말(주장)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민주당의 특검 수정 방침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 선고에 집중된 시선을 흩뜨리려는 교만하고 얕은 술수다. 1심 선고 직전에 신상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민주당 내에 유죄의 심증이 퍼져있음을 보여주는 인상적 장면”이라며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시작한 위헌적 특검법안은 언젠가 민주당의 자기모순과 정치적 타락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