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달지연을 보이는 영유아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교육·의료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통계연보’를 보면 국내 발달지연 영유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영유아건강검진’에서 발달지연이 확인돼 정밀평가를 권고받은 영유아는 전체 수검자의 5.4%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2011년(2.9%) 비해 절반가량 높은 수치다.
발달지연 등 장애 경계선에 있는 영유아의 경우 조기발견해 적절한 의료, 교육적 개입만 이루어져도 심각한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고스란히 국가와 사회의 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장애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 등 11개 단체가 수립한 장애영유아 보육·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는 최근 “자신의 운명을 가르는 중대한 시기에 있는 장애영유아가 들어갈 어린이집이 태부족하다”며 “장애영유아에게 제대로 된 의무교육을 시행해 달라”며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연대에 따르면,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장애영유아는 만 3세부터 의무교육 대상이다. 그런데 특수교사와 장애영유아 보육교사가 상주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부족해 장애 영유아의 85% 이상이 법적권리인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김영란 전국장애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장은 “정부는 올해 3월까지 장애아동보육기관은 장애아 3명 중 1명의 특수교사 또는 장애 관련 자격증이 있는 보육교사를 배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교사들의 근무조건에 대한 지원이 없어 여전히 일선 유치원과 어린이집 선생님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나마도 어린이집은 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로 담당 소관이 다르다보니 양쪽 모두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통의 아이들은 양육과정에서 주변의 자극을 받거나 스스로 보고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한다. 그러나 발달지연이나 장애아동은 하나의 행동을 집중해서 반복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어린 시기에 빨리 개입할수록 최중증인 아이가 경증이 되고, 경증인 아이들은 최대한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진료실에서도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치료 황금기'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보영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생후 24개월까지는 뇌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따라서 발달지연이 보인다면 만 3세 이전에 조기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진료실에서 보면 너무나 확연하게 문제가 있던 아이가 만 3세부터 7세까지 수년간 노력해 일반학교에 진학하는 케이스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7세가 넘어가면 그 때부터는 발달 치료보다는 교육이나 훈련의 비중이 높아진다. 그 이전에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의료적인 것과 교육, 복지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중요한 시기에 필수적인 치료는 하지 않고, 맘카페 등에서 비전문가의 말에 혹해 근거없는 치료에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지적장애2급의 5살배기 딸을 키우는 학부모 이혜연(43)씨는 “정부는 영유아 발달검사는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통탄했다.
이씨는 “발달지연을 발견했으면 어떻게든 개입해서 발달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치료시설이나 장애영유아 대상 어린이집같은 교육시설을 찾는 것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다. 부모가 직접 수소문해서 찾더라도 대기가 오래 걸려 못 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최대한 많은 자극을 줘서 혼자 세상에 살아갈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 아이들이 제때 교육을 못 받아서 평생 누군가 도와줘야만 하는 사람이 되면 결국 나라가 세금으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며 “출산은 장려하면서 과연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의무는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국가는 교육의 의무가 있고, 장애 아이들이 최소한 생존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