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서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 이 중학생의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4일 거제시 고현동 고현시내버스터미널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 A(15)군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버스에 치였다.
원래라면 이 버스는 속도를 줄여 정차했어야 했는데 이 버스는 그러지 못했다.
이 사고로 A군이 숨졌다.
짧은 생을 마감한 A군의 황망한 죽음에 평탄하지 못했던 딱한 사연이 전해지면서 슬픔이 더해지고 있다.
A군은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헤어졌다.
계모가 어머니를 대신했지만, 상황은 달라지는 게 전혀 없었다.
A군에게 집은 더 이상 평온한 안식처 같은 곳이 아니었다.
이런 가족들마저 곁을 떠나면서 지난해 7월 A군은 거제의 한 복지시설에 입소했다.
A군은 사고 전까지 이곳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녔다.
가정폭력 후유증에 시달리던 A군에게는 복지시설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함께 생활하던 친구와 선생님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과 관심에 A군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며 호전되고 있었다.
이번 사고는 이런 도중에 발생했다.
그런데 가족이 없던 A군에게 장례는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다.
딱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A군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애도의 손길이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와 거제시가 나서 빈소를 마련하고 A군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A군 영정 주변에는 A군이 좋아했던 과자와 깨끗하게 다려진 교복, 노래 CD가 놓여 있다.
이 CD는 래퍼가 꿈이라던 A군을 위해 친구들이 준비한 것이다.
지난 6일 마련된 빈소에는 7일까지 2000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찾아와 A군의 죽음을 애도했다.
가족을 대신해 담임교사와 거제시청 공무원들이 상주로 나서 조문객들을 맞았고, 친구들이 발인하는 A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줬다.
SNS에서도 A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거제시는 A군 사고를 계기로 지역 내 버스터미널 안전시설 설치 등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거제=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