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통통하면 나중에 키로 간다’는 속설은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히려 정상체중인 아이보다 성장이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성모병원 마리아홀에서 열린 한국당뇨병예방연구사업단(KDPS) 추계심포지엄에서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통통한 아이가 성장기를 지나면서 키가 큰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비만 관리를 하다보면 가장 방해가 되는 분들이 조부모다. 어르신들은 조금 통통해도 나중에 다 키로 간다며 아이에게 슬그머니 초코파이를 쥐어주신다”며 “과거에는 전반적으로 영양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워낙 영양이 좋아졌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과는 무관한 이야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통통한 아이가 키 큰다’는 속설은 성장속도와 관계가 깊다. 강 교수는 “보통 통통한 아이들이 키가 빨리 큰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추적한 결과 통통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에는 키가 특별히 더 크지 않았다”며 “남아의 경우 정상체중 집단이 과체중 집단의 키를 따라잡은 것까지 확인됐고, 성장이 빨리 멈추는 여아에서는 정상체중 집단이 과체중 집단보다 키가 약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추적이 더 이뤄지면 정상체중 아이들이 과체중 아이들보다 키가 더 컸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며 “과중한 몸무게에 성장판이 눌려서 더 자랄 수 있음에도 못자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뚱뚱한 아이가 뚱뚱한 어른이 된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비만한 아이들과 정상체중인 아이들의 (체중)간격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 번 비만하면 정상체중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패턴”이라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만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학동기에 들어가는 6세 이상 아이들은 학교에서 영양관리, 생활관리가 된다. 그러나 0-5세 영유아들은 보육시설의 규모가 작아 영양 사업 관리 등이 열악한 상황”이라며 “임상에서는 비만 문제가 이미 0-5세 영유아 시기에 상당 부분 결판이 난다고 본다. 중요한 관리영역임에도 사각지대에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 표본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생건강검사표본조사에서는 비만학생 비율이 2007년 11.6%에서 2016년 16.5%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서는 2011년 이후,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2010년 이후 남녀 모두에게서 비만율이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강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비만은 제2형 당뇨, 즉 성인형 당뇨의 증가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상당수 당뇨 위험군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당뇨의 근본원인이 되는 소아비만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국가 비만대책이 상당히 중요하다. 학교의 건강증진사업과 비만예방관리사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