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온 편지] 저는 폐암 4기 환자의 보호자입니다

[병실에서 온 편지] 저는 폐암 4기 환자의 보호자입니다

두려운 항암치료, 비싼 면역항암제 1차 치료 선택은 환자의 몫

기사승인 2018-09-15 00:07:00

마음이 너무 답답해 병실에서 편지 한 장 띄웁니다. 저는 폐암 4기 환자의 보호자이고, 폐암에 걸린 이는 다름 아닌 저의 아내입니다.

제 아내는 몸에 해로운 것은 일체 하지 않고 운동은 열심히 하는, 말 그대로 건강체질이고 건강을 자신했고 또 항상 건강을 챙기는 그런 아내였습니다. 

그런 저의 아내가 폐암이 걸렸다는 사실이 정말 아직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2017년 겨울 아내는 갑작스레 목에 이상 증상을 느꼈습니다. 저희는 모두 감기인줄 알고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고 그냥 그렇게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식사 후 연속극을 보다가 아내가 오른쪽 목 부위를 더듬더니 쇄골 뼈 옆에 도토리만 한 혹이 잡힌다고 했습니다. 통증도 없어 며칠 있다가 동네 병원에 가보았습니다. 일주일치 약을 복용하고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또 하나의 혹이 발견됐습니다.

저희는 바로 종합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조직검사도 받았는데 정말 생각지도 않았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발부 폐암 4기, 림프절까지 전이, 수술 불가”

눈앞이 하얘지며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야기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담배를 안 피우기 때문에 간접흡연도 있을 수 없고. 아내 역시 폐암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족력도 없습니다. 

“폐암이 어떻게 우리 아내에게 발생할 수 있을까?” “혹시 오진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처음엔 절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잠이 안와 뜬눈으로 밤을 새고 주치의 교수님과 항암 치료에 대한 상의를 했습니다. 주변에 항암치료를 받고 식사도 못하고 잠도 못자며 머리가 다 빠지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익히 봐왔기에 항암치료를 시작한다는 것이 정말 겁이 났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은 그런 힘든 항암치료도 있지만 최근에 나온 면역항암제는 일반 항암치료보다 훨씬 수월할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안돼 매우 비싸다고 선택은 저희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면역항암제가 폐암에 2차로 쓸 경우에는 건강보험이 되고 있지만 1차 치료로는 건강보험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족들과 상의 끝에 저희는 면역항암제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건강보험이 안된다는 이유로 나의 아내를 그 힘든 항암치료를 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2차로 면역항암제를 하기도 전에 그 독한 항암치료를 견뎌낼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비싼 치료비를 감내하며 1차 면역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의 상태는 흔히 이야기하는 암환자와 전혀 다릅니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누구도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지요. 과연 일반 항암치료를 받았다면 어땠을까요?

수입이 별로 없는 실정이기에 여기저기에서 만들어 치료비를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운 한계상황 까지 왔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님께도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래봤자 대답 없는 메아리겠지만요. <서울 광진구 김준회(가명)>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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