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고야의정서와 바이오특허의 과제

[기고] 나고야의정서와 바이오특허의 과제

기사승인 2018-09-17 00:05:00

글=전정화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전문위원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카피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양하고 효과 좋은 합성 화장품들이 존재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자연친화적 화장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동식물을 이용한 자연 친화적 화장품은 바이오 기술의 발달과 함께 그 외연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 특허청은 화장품 분야에서 바이오 관련 상표출원에 대한 통계를 발표했는데,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 분야에서 ‘바이오 관련’ 상표 출원은 꾸준히 증가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2484건이던 상품 출원이 최근 5년 동안(2013년~2017년)에는 6407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특히 외국인에 비해 내국인의 출원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바이오 관련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되면서 관련한 특허 및 상표출원이 증가하는 가운데, ‘나고야의정서’를 반영한 관련법이 지난 8월18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발효됐다. 

나고야의정서는 ‘동식물 등의 유전자원을 이용해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을 개발할 경우, 개발에 따른 이익을 유전자원의 제공자에게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인 약속이다. 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관련 기업들은 해당 제품에 대한 유전자원 제공국의 원산지를 파악하고, 해당 국가의 법령을 준수해야 하며, 이용에 대해 관련 국가의 점검기관에 신고하는 등의 의무가 발생한다. 

국가별로 서로 다른 의무들을 규정하고 있는 등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움이 당연히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는 ‘관계 부처 합동 헬프데스크’를 운영해 산업계를 지원하고, ‘온라인 통합신고 서비스’에서 관련 신고와 상담 등을 실시하는 등 대응 마련에 힘쓰고 있다.

나고야의정서에는 복합적인 쟁점들이 산재되어 있어 다양한 영역에서의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지식재산권 중 특허 측면에서 살펴보면, 중국 등 일부 제공국은 유전자원 관련 특허출원에 있어서 일정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에는 특허출원을 거절하거나, 등록되더라도 권리를 무효화 시키고 벌금을 내도록 하는 조항 등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와 관련한 지식재산 출원이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 국내의 유전자원을 이용한 지식재산의 관리와 강한 지식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꼼꼼한 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의 유전자원을 이용한 특허 등의 출원에 있어서의 준비도 필요하다. 국내외에서 우리나라의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 등을 이용해 특허 등을 출원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나라의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이 국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이 중요하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고유 자생종 등의 유전자원과 관련한 전통 지식의 정보(데이터베이스)를 꾸준히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해외 유전자원의 대체재를 발굴하고 세계시장에서의 수요를 확대해 나가는 등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 국제출원을 준비 중인 기업 등은 대상 국가의 변화 동향을 파악하고 정확한 정보의 확인 및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훌륭한 지식재산권이 절차의 흠결로 인해 무력화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불확실한 우려가 존재하는 요즘이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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