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즐기는 게임… 소통의 문화로 자리잡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게임… 소통의 문화로 자리잡다

기사승인 2018-09-23 05:00:00

“아이가 엄마를 무서워하는 편이었는데 같이 게임을 하면서 굉장히 친해졌어요.”

게임이 교육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게임에 익숙한 30~40대 부모가 늘면서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기며 소통하는 문화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0대 자녀를 둔 최근의 많은 부모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게임을 즐기며 자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게임 이용 행태도 1990년대 오락실로 불리던 아케이드 중심에서 PC방과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면서 보다 다양한 장르가 대중화 되는 추세다.

아직 사회 일각에서는 일부 게임 이용에 대해 과도한 소비, 중독 등 부정적 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게임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가족 소통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A씨(33세·여)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모바일 게임을 함께 즐기며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고백한다.

A씨는 “(게임을 함께 하면서) 세대 차이가 줄고 부모에 대한 적대감이 없어졌다. 신뢰감, 믿음이 굉장히 높아진다”며 “이제는 아이가 ‘엄마도 하면 좋아할걸요?’라며 게임을 소개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A씨와 아들은 ‘클래시 오브 클랜’, ‘검은사막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게임을 함께 즐긴다. 아직 아들이 PC방에 다니기 이르다는 판단에 따라 모바일 게임을 주로 이용한다.

약 2년 전까지 A씨는 아들이 집중력 결핍, 우울감 등 증상을 보여 가족 상담을 받는 등 맘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강압적인 교육 방식으로 인해 신뢰 얻기 어려웠고 학교에서도 문제가 잦았다는 고백이다.

그는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는 바뀌지 않는다”며 “이전에는 엄마를 무서워하고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 언제나 내 편인 사람’으로 생각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많이 말해준다”고 게임과 소통의 효과를 설명했다.

A씨 스스로도 게임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만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게임도 그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색했는데 게임에서는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층을 접하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게임 이용을 위해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A씨는 “엄마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게임 이용 시간이 늘어나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며 “평일 한 시간, 주말 두 시간씩 정해 놓으니 스스로 타이머를 두고 정해진 게임 시간을 지키려 하더라”고 덧붙였다.

아마추어 카레이서로 활동하는 사업가 B씨(47세)는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자동차를 주제로 취미생활을 공유해 왔다. 아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함께 ‘그란투리스모’, ‘아세토코르사’, ‘포르자 모터스포츠’ 등 레이싱 게임을 즐기곤 했다.

B씨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즐거움. 그것을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핏줄이 같이 해주면 ‘역시 내 아들이구나’ 하는 즐거움이 있다”며 취미를 나누는 소감을 밝혔다.

게임 이용에 대해서는 ‘어떤 게임을 하는지’와 ‘목적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아들에게 레이싱 서킷에서의 기록을 알려주니 혼자 (게임에서) 여러 차종의 기록을 적고 분석하기도 하더라”며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게임을 하기보다 나름대로 목적의식을 갖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스스로 과제를 정하고 순수한 목적으로 하는 것은 보기 좋다”고 말했다.

게임의 부정적 영향에 우려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폭력적인 게임을 한다면 걱정되지만 (다행히) 그런 데는 별 관심이 없더라”며 “이제 레이싱 게임뿐 아니라 어려 게임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는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을 함께 즐기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긍정적 효과”라며 “아이와 게임 취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맞추려고 노력하고 오히려 게임을 권하는 편이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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