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현장을 중심으로 요양병원 입원환자 십수만명이 이르면 2019년부터 병원 밖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일명 '커뮤니티케어'를 발표하며 '탈시설'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입원환자들 중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환자들을 퇴원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세부추진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더구나 논의가 길어진다고 보기엔 현장의 답답함이 외부로 전해지는 등 소통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에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6월 6일,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지역사회에서 포용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돌봄)’ 정책추진을 발표했다. 정책목표로는 ▶돌봄·복지 등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체계 강화 ▶돌봄 수요자 지역사회정착 지원 ▶병원·시설의 합리적 이용 유도 ▶커뮤니티 케어 인프라 강화와 책임성 제고, 5가지를 내걸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커뮤니티케어 추진단을 복지정책과에 신설하고, 종합계획을 8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발표일정은 9월로 밀렸고, 9월의 마지막 평일인 28일 사회복지시설 대표자 40여명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10월 중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일정을 다시 미뤘다.
문제는 10월 중 발표하겠다는 종합계획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추진단은 ‘탈시설’과 ‘지역사회돌봄’을 핵심에 두고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구분해 치료가 필요치 않는 이들을 퇴원시켜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수요자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보완하겠다는 큰 그림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즉, 요양병원의 기능을 분명히 하고, 의료적 필요도가 낮은 혹은 불필요한 입원을 하고 있는 환자들을 퇴원시켜 요양시설 혹은 지역내 돌봄센터나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이들이 일상생활을 충분히 누리면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나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 전부다.
이처럼 구체적이지 못한 정부정책으로 인해 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당장 돌봄이 필요한 수만 명이 갈 곳을 잃고 ‘요양난민’으로 떠돌아다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가정으로도, 요양시설로도 갈 수 없는 환자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 현실 고려않고 이상만 추구하려는 정부
요양병원들이나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30%가량이 의료적 행위가 많이 필요치 않아 요양시설로 가야할 환자라고 보고 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 또한 “요양병원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환자를 분류해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퇴원해야할 인원이) 2013년 연구용역 등을 근거로 대략 33%를 잡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출한 ‘2014~2017 요양병원 등급별 입원진료현황’을 인용해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는 것이 적합한 환자로 분류된 ‘신체기능저하군’만 전체 입원환자 중 11.4%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2017년 기준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총 55만5478명으로 이들 중 11~33%는 약 6만1100명에서 18만3300명에 달한다. 이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현장의 종사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십수만명에 달하는 이들을 정부가 외면하려한다는 지적이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미래의 수요를 고민하며 현재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고통 받는 노인들을 방치하는 꼴”이라며 큰 그림에 매몰돼 발등에 떨어진 불을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요양시설 관계자는 “정부가 뭘 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정작 현장의 다양한 분야와 직능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는 것에는 소홀하고 있다”면서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가 모여 범부처 차원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체계를 만들기에 앞서 있는 자원을 활용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십년간 해결하지 못해 혼재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간의 기능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입원환자들은 요양병원을 전전하며 난민생활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들의 가족과 사회가 경제적, 정서적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복지부는 이 같은 현실을 알고 있지만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커뮤니티케어 추진단 관계자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재정립 문제는 커뮤니티케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분명히 해결해야할 문제지만 전부는 아니다. 우선은 지역사회 돌봄 체계의 틀을 잡고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라며 “한 번에 완성할 수는 없다. 함께 만들어가고 유기적으로 수정하며 정착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수요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했다. 그것이 커뮤니티케어”라며 “환자로 병원이나 시설에 갖혀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처럼 친숙함을 느끼는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