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의원, 식욕억제제 무분별 처방 문제, 마약류 밀매 우려도
‘살 빼는 마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4세 환자는 3개월간 24개 병원을 전전하며 총 1353정을 처방받았고, 58세 환자는 10년 이상 복용할 수 있는 양인 3870정을 처방받기도 해 마약류 밀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갑, 민주평화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34세 환자 한 명이 24개소 병원을 옮겨 다니며 73회 걸쳐 1,353정의 식욕억제제(펜터민)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환자는 특정병원에서 3870정의 식욕억제제(펜디멘트라진)를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3870정은 식약처 권고대로 하루 1정을 복용한다 해도 무려 10년 이상 복용할 수 있는 양으로써 과오·남용, 중독, 밀매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욕억제제는 마약 성분이 포함,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관리되고 있으며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이나 내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두통이나 구토, 조현병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1~2알로 4주 이내 복용을 권장, 최대 3개월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5월~8월 간 식욕억제제(성분명 : 펜터민, 펜디멘트라진, 암페프라몬(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로카세린) 처방횟수·처방량 ’상위 100명을 분석한 결과, 처방량 기준으로 약 3개월간 100명이 총 15만8676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00명이 하루 한 정을 복용할 경우 226주, 무려 4년이 넘게 복용 가능한 양이다.
처방량 기준으로 상위 10명을 분석한 결과 ▲26회 3870정 ▲28회 3108정 ▲13회 2520정 ▲6회 2352정 ▲17회 2316정 ▲10회 2175정 ▲44회 2170정 ▲17회 2150정 ▲37회 2072정 ▲22회 2047정 순으로 나타났다.
김광수 의원은 “식약처는 마약류의 불법 유통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15년 5월 개정된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올해 5월 18일 처음으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며 “이에 올 5월부터 8월까지 자료를 받아본 결과 마약류로 분류된 식욕억제제가 예상보다 훨씬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었고 불법적인 요소들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펜터민, 펜디멘트라진 등의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는 신경흥분제 계열(향정신성의약품)의 약물들로서 결국 약을 끊었다가도 나중에는 의존성이 생겨 끊고 싶어도 자의로 끊기가 힘들다”며 “특히, 환자 한 명이 특정 병원에서 총 26회 3870정을 처방받은 것은 상식선을 벗어난 처방이며 마약류 밀매 가능성도 있는 만큼 보건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동안 ‘살 빼는 마약’으로 불린 식욕억제제는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돼 그 관리에 있어 보건당국의 감시울타리를 벗어나 있었지만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보건당국의 책임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식욕억제제 등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에 대한 보건 당국의 대책을 꼼꼼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