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한의계 사이의 감정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의사들은 공식석상에서 한의사들을 ‘한방사’라고 폄하하고, 한의사들의 일부 행위를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는 한방을 비롯한 무면허자의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한의사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4일 성명을 통해 한의계를 향한 의료계의 비난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대리(유령)수술을 비롯해 의료기관 내 의사들의 여러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의협은 “의협은 3일 자신들의 회장이 무능하고 신뢰를 잃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취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는 정작 논외되고 결의된 사항을 보면 정말 이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직역인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허탈하고 어이없다”고 했다.
지난 한 달 사이 무려 10건이 넘는 의사들의 감염 등 의료관련 사고와 마약류 불법투여, 대리수술 등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자성의 목소리나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은 없는 비상식적인 행보였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 같은 의료계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지금까지 의료계가 기득권을 쥐고 의료를 독점해 온 기형적인 구조에서 기인한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권익 찾기에만 급급한 의료계의 부끄러운 민낯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같아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월 한의약 폄훼와 말살을 위한 ‘한방특별회비’로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빈축을 샀다”며 “막대한 예산을 한의약 말살에 쏟아부으며 낭비하지 말고 각종 의료사고 예방과 병의원 감염관리체계 강화, 대리수술과 같은 비도덕적 범죄행위 재발방지 교육 등에 사용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우려와 함께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이들은 “한의계의 이 같은 기대를 저버린다면 대한한의사협회 2만5000 한의사 일동은 의료계의 의료독점을 반드시 철폐하고, 이들의 갑질에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4일 정례브리핑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부산의 A 정형외과 원장과 마약류로 분류된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을 자신의 진료실에서 맞은 서울 소재 B 성형외과 원장을 협회 산하 중앙윤리위원에 회부해 징계해줄 것을 요청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