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남북보건의료협력, 누가 주도하나

따로 노는 남북보건의료협력, 누가 주도하나

범정부 넘어 민·관·산·학 함께할 총괄 기구 필요성 확산

기사승인 2018-10-05 01:00:00

한반도를 둘러 나누며 총부리를 겨누던 남한과 북한 사이가 급작스럽지만 훈훈하게 바뀌고 있다. 농담 섞어 지금 분위기라면 종전선언에 통일까지 한걸음일 것 같다는 이들도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긴장하는 이들이 있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북한의 위생상황이나 보건환경은 좋지 않다. 북한 전문가들은 증가세가 다소 누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결핵이나 감염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전파될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최근에는 비감염성 질환 관련 사망률 또한 급격히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더구나 남북 간 평화분위기가 무르익는다는 것은 결국 북한과 남한이 독립된 개별 국가로 세계에 인정을 받으며 한반도가 둘로 나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통일을 이루기까지는 보다 지난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해 보다.

이에 4일 통일보건의료학회(이사장 전우택)가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라는 주제로 연세의료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의학과 치의학, 간호학, 약학, 한의학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고조되는 남북간 보건의료 교류 활성화 기대에 발맞춰 감염병이든 비감염병이든, 심지어 정신질환과 모자보건에 이르기까지 질환별 문제와 대안을 충분히 준비하고, 진료수준이나 문화적 차이, 건강행태나 재난상황 대비정도 등 주제별로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일련의 준비와는 별개로 남북한 교류활성화는 국제 정세, 남·북한 내부 정세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통일부, 외무부, 기재부, 복지부 등 부처의 경계를 넘고 민간과 산업, 학계가 모두 참여하는 총괄기구를 신설해 준비가 헛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우택 학회 이사장(사진, 가운데)은 “모든 분야에서 자신들의 전문영역이 가장 핵심이고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원활한 소통과 상호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우후죽순 지원이나 교류가 이뤄지면 어떤 약은 넘쳐나고 어떤 약은 모자라는 상황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남한만의 생각과 의도만이 아니라 북한의 판단과 요구도 중요하다. 국제기구나 NGO와의 연계도 필요하다. 국가 단위의 역량을 발휘할 조직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성공을 좌우할 열쇠이자 교류가 다방면에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는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에서 꾸린 남북의료협력위원회의 생각과도 통한다. 최재욱 위원장은 “현재 남북한 보건의료협력에 관한 무수히 많은 회의가 있다. 국회 차원에서의 회의, 통일부나 보건복지부 주관 회의, 관련 단체들과의 모임 등 중구난방식으로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전방위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앞으로 20~30년이 걸릴 수도 있는, 아주 복잡하고 민감한 교류협력사업을 단기적, 장기적, 혹은 종합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으로 이끌고 진두지휘할 위원회나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이젠 약품하나 사업하나 들고 가는 식은 안 된다.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이사장은 “남북간 평화가 세계에 인정받는다는 것은 정상국가 2개가 한반도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에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은 경제공동체, 교육공동체를 넘어 안보공동체, 정치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때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건강공동체는 이 가운데 가장 우선되고 효과적인, 문을 여는 역할을 할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4일 추계학술대회와 함께 의학·치의학·간호학·약학을 망라한 전문가 22명이 공동집필한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라는 제목의 저서를 소개하며 통일을 논의하기에 앞서 남과 북이 하나의 건강공동체를 형성하고 함께 발전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야하고, 그 방법에 대한 견해를 담았다고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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