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스페로이드를 활용한 암 표적치료 혁신의 길 열려

종양 스페로이드를 활용한 암 표적치료 혁신의 길 열려

기사승인 2018-10-09 12:41:27

보건복지부 지원 연구 ‘네이처 제네틱스’ 게재

국내 연구진이 종양 스페로이드의 유전체-약물 반응성에 기반한 암 환자의 맞춤 표적치료법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 선도형난치암연구사업단 남도현 교수팀이 종양 스페로이드(3차원으로 배양된 세포의 원형 집합체)의 유전체-약물 반응성에 기반한 임상반응 예측 알고리즘을 이용해 암 환자의 맞춤 표적치료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온라인판에 9월27일자로 게재(논문명 : Pharmacogenomic landscape of patient derived tumor cells informs precision oncology therapy)됐으며, 연구의 학술적 가치와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이 학술지의 ‘뉴스 앤 뷰즈(News & Views)’에 소개됐다. 기존의 암세포 약물 선별(스크리닝) 방법에 비해 실시간 약물반응 결과를 쉽게 도출해 임상 적용성이 높고, 대규모 데이터 축적이 용이하다는 측면이 부각됐다.

일반적으로 항암치료의 결과는 종양의 유전체 및 분자적 배경에 따라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유래 암세포나 줄기세포를 배양해 약물반응을 사전에 스크리닝하고,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암세포 약물 스크리닝 방법인 세포주(균일한 조직에서 유래된 세포의 집단으로, 동일한 유전적 특징을 가지며 적절한 배지와 공간에서 무한하게 증식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님) 모델은 쉽고 빠른 사용이 가능하나 환자 종양의 분자적 특성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했다. 

또 오가노이드(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로써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도 함) 모델은 환자 종양과 유사성은 높으나 실시간 약물 반응 예측이 어려워 임상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남도현 교수팀은 완전하고 신속하게 약물을 스크리닝 하기 위해 대규모 종양 스페로이드에 기반해 유전체와 약물반응 간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신규 분자표적 및 병용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총 14종의 암종에서 462건의 종양 스페로이드를 수집해 각 스페로이드마다 60종의 표적항암제 반응성을 분석해 위암 스페로이드가 PI3K 억제제에 특이적인 반응성을 보인다는 것을 포함해 암종 특이적 항암제 반응성을 보고했다.

또 각 종양마다 유전체 변이, 카피 수 변화 및 유전자 발현 양상을 분석해 특정 유전체 변이 및 유전자 발현이 항암제 반응성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음을 최첨단 빅데이터 머신러닝 분석 기법을 이용해 밝혔다.

주요 약물 스크리닝 결과, 혈액암에 주로 사용되는 치료제 이브루티닙(Ibrutinib)이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EGFR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게 되면 상피세포의 성장인자 없이 세포를 증식시켜 암을 유발) 유전자 억제제와 유사한 약물 반응성을 보임에 따라,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암환자에게도 이브루티닙을 이용한 치료 가능성을 밝혔다.

또 세포 성장이나 발달을 촉진하는 NRG1(뉴레글린-1, 세포간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막 당단백질을 발현)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EGFR 유전자 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음을 검증함으로써 EGFR 표적치료에 효과가 없는 환자를 위한 병용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암 관련 의료진 및 연구자가 대거 참여해 대규모의 다암종 유전체-약물반응 지도를 구축했으며, 이를 활용해 삼성서울병원의 임상연구 역량과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빅데이터 분석연구 역량의 상호협력으로 이룩한 기초 연구에서 임상적용 전략까지 아우른 통합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 연구를 통해 환자 유래 종양 스페로이드의 약물 반응과 환자의 임상 반응이 일치하는 치료제를 사전에 규명함으로써 암 치료제의 임상 유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종양 스페로이드에 반응성이 높은 약물이 환자에 대한 치료효과도 유의미하게 높다는 사실이 4종의 암종과 31명의 환자에서 검증됐으며, 향후 연구가 지속될수록 정밀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단의 남도현 단장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구진의 참여로 창출된 대규모 종양 스페로이드의 유전체-약물반응 분석을 통해 치료적중률을 높임으로써 암환자의 생존기간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병원의 우수한 기초·임상인력과 시설을 기반으로 난치암, 세포치료 등 특성화 분야 의료기술·제품 개발을 위한 임상진입 성과를 창출하는 보건복지부 선도형특성화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삼성서울병원은 이를 위해 2009~2019년까지 연간 25~45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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