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성폭력 등 범죄 노출 여전한 전공의들

전공의협, 범죄자 지도전문의 자격박탈 등 수련환경 개선 촉구

기사승인 2018-10-12 14:43:47

전공의들이 그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부 교수들을 스승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 이하 대전협)는 11일 폭언과 폭행, 성희롱과 추행을 일삼던 이들이 전공의의 교육과 수련을 책임질 수 없도록 지도전문의 자격을 박탈하는 등 자격관리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성명을 통해 폭행이나 폭력을 행사한 지도전문의의 자격을 영구박탈하고, 수련병원이나 기관 내 전공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표준처리지침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명무실한 이동수련 절차를 전공의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현실적으로 개선하라고 했다.

수련병원 또한 피해 전공의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련환경을 보장할 수단을 강구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 2차 피해를 예방해야할 것이며, 지도전문의 교육에 책임이 있는 수련병원과 학회의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이처럼 스승을 스승으로 부르지 않겠다는 선언의 바탕에는 폭행과 폭언,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었다. 더구나 전문의로 거듭나기 위해 교육을 받는 학생이 아닌 하나의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받는 처지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었다.

실제 이들은 “수련 중의 폭력이나 성희롱 등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처리규정은 현재까지 전무하다”면서 “문제가 발생한 수련기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이며 피해자인 전공의가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피해를 감내하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전공의 노동력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수련병원과 기관은 매년 새로운 지도전문의를 지정하기 급급하지만, 일단 이들에게 자격을 주고 난 이후에는 어떠한 추태가 벌어지더라도 전혀 관심 밖”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계 내 입지나 일자리 알선을 빌미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이런 일부 지도전문의의 횡포 하에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전공의는 지금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폭언과 폭행을 일삼던 이들이 교육과 수련을 책임지는 지도전문의라는 완장을 차고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정녕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스승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현행 제도로는 지도전문의의 자격이나 잘못된 행동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대학병원의 경우 학교에서, 개별 병원은 이사회 등에서 내부규정에 따라 징계처분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 처분 결과나 정도, 징계기간이 끝난 후 대응 등이 전공의들의 불안이나 불만을 줄이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전협에 따르면 최근 7명의 전공의들을 수시로 폭행해 해임된 지도전문의(교수)가 최근 해당 병원에 다시 복직하기로 결정된 사건이나,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 여러 전공의를 성추행해 정직처분 받았던 지도전문의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전공의들의 교육과 수련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전협은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운 작금의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며 당사자인 수련병원과 기관, 학회 그리고 최종적인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