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선출방식을 두고 충돌하던 산부인과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직선제와 간선제 둘로 나뉜 지 3년여가 지났다. 두 단체 모두 ‘통합’을 주장하면서도 고소고발을 이어오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갈등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상위단체인 대한의사협회로 불똥이 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해 운영하고 있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이충훈, 이하 간선제산의회)는 12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대한의사협회에 단단히 뿔이 났다”며 통합을 위해 의사협회가 오는 15일 추진예정인 산부인과의사회 통합관련 설문조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표출했다.
앞선 지난 6월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간선제와 직선제 산의회, 대한산부인과의학회 회장들과 만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통합을 위한 회원 의견수렴과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사회 통합에 대한 요구가 협회로 접수돼 7월 4명의 회장을 만나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협회에서 강제로 통합을 추진할 수는 없기에 회원 의사를 묻기로 했고, 모두가 동의해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전체 산부인과 개원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이 진행되며 다수의 뜻이 통합으로 모일 경우 의협이 중간에서 두 산부인과의사회와 통합의 방식 등을 중재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간선제산의회는 설문조사 방식을 두고 문제 삼았다. 설문조사 문항과 시기가 편향적이고 일방적이라는 것. 여기에 설문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반대했음에도 의사협회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산부인과 통합 관련 설문조사는 2017년 이미 시행돼 (간선제) 대의원총회에 보고된 바 있어 새로운 설문조사를 반대했음에도 일언반구도 없다가 의협이 15일부터 전격적으로 강행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음은 물론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설문조사는 질문 문항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인데, 의협에서 작성한 설문항목을 보면 1항 ‘통합에 찬성하는지의 여부’는 전혀 의미 없는 내용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해 어느 한 쪽이 통합에 반대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통합에 찬성하는 경우 양측의 전 회원의 직선제 선거에 의한 회장선출에 찬성하느냐’는 2번째 항목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상대측의 의견만 반영된 설문내용으로 매우 불공정하다”면서 “결국 이 같은 설문조사 시행은 의협이 상대방 단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본회가 통합에 반대한다고 모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울분을 토한다는 표현을 사용해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15일로 예정된 설문조사의 시기를 두고도 “시행 직전인 14일 상대(직선제)의 학술대회가 예정돼 있어 시기적으로도 매우 불공정하다”면서 “의협은 두 단체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다고 명분을 밝히지만 사실상 한 쪽의 의견에만 치우친 매우 불공정한 처사”라며 설문조사는 의사협회의 월권행위이며 산의회를 무시하는 행위인 만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 관계자는 “(간선제에서) 다 동의한 일을 갑자기 왜 문제삼는지 모르겠다”면서 “설문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회원들의 결정에 따라 의사협회가 중재에나설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한편, 또 다른 관계자는 “둘로 분리돼 있어 서로 잘 이야기해 통합을 하라고 권고했고, 산부인과의학회에서도 통합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협회 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높아 산부인과 개원의 회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진행되는 설문조사”라고 부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