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기간이지만 낙태에 관해서는 어느 국회의원도 관심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14일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나 의사 폭행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해선 많은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법안을 만든다. 그러나 낙태 문제에는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와 국회가 낙태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사이 산부인과 환자들의 건강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들어 불법 낙태를 시도하다 병원에 실려온 환자가 늘고있다고도 우려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비도덕적으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8월 의사회는 낙태(인공임신중절)의 비도덕 진료행위 분류에 반발해 낙태 전면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낙태 거부’ 두 달여 만에 재차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의사회는 “낙태 거부 선언 이후 진료실에서는 수술을 원하는 환자와 의사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고가의 낙태약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환자들은 수술할 곳을 찾아 전전하다가 비전문가에 의한 불법 낙태수술과 불법 낙태약에 의존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로 인한 인명사고까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진료행위에 대해 ‘행정 처분 유예’ 발표 후 아무 조치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며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의 건강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대한 규정을 즉각 폐기할 것 ▲정부와 국회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의 장을 조속히 마련할 것 ▲행정처분 유예를 발표하였음에도 진행되고 있는 수사와 재판을 중단할 것 ▲진료실에서의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 ▲불법낙태수술과 불법낙태약을 근절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낙태 전면 거부 선언 이후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한 '낙태 수술 시행 여부 실태조사'에서 의사 70% 이상이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20%는 ‘상담을 권유해보겠다’고 답했으며,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지속하겠다’고 답한 의사는 8% 뿐이었다.
김동석 회장은 “의사회가 낙태를 지속하는 회원을 고소·고발할 계획은 현재 없다”며 “(낙태의 비도덕적 진료행위 규정에 대해)산부인과의사로서 자존감이 상하고, 이런 상황에서 산부인과를 해야 하나 괴로워하는 의사들이 많다. 낙태로 인해 고통받고 심지어 협박받는 의사들이 많다. 국회에서 제대로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낙태약 미프진의 불법유통과 관련해서는 인터넷 광고를 중심으로 스크랩해 복지부에 조사를 요청했다”며 “낙태 거부 선언 이후 (불안정한 낙태로 인한) 패혈증과, 하혈 환자들이 증가했다. 이러다 환자들이 잘못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8일 낙태죄와 관련 "기약없는 낙태죄 헌법소원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모자보건법을 만들어달라"며 국회의원들에게 '임신중절수술 관련 의견서'를 전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