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금지약물을 복용한 이들이 헌혈을 했고, 대한적십자사는 이렇게 확보한 혈액 중 일부를 수혈용으로 의료기관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수혈 중 사고나 기형아 출산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약물을 복용한 이들의 헌혈을 일정기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임산부 복용 시 태아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아시트레틴를 비롯해 건선치료제, 여드름치료제,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탈모치료제 등도 포함돼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의원(민주평화당)은 19일 대한적십자사의 헌혈금지약물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 헌혈금지약물 복용자가 헌혈을 한 경우는 2287건, 수혈용으로 출고되니 사례는 168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헌혈금지약물별 채혈현황은 이보다 심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4년 8개월간 금지약물 복용자의 채혈이 총 6016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여드름치료제가 35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립선비대증 치료제가 1428건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1차적으로 헌혈자의 금지약물 복용여부를 문진하고, 2차적으로 적십자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방부와 협의해 구축한 ‘혈액사고방지 정보조회시스템(DDIIS)’을 통해 매일 금지약물 처방정보를 제공받아 오염된 혈액을 걸러내고 있지만, 관리 사각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선진화된 혈액사고방지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헌혈금지약물 복용자들로부터 채혈한 혈액이 매년 수십건씩 수혈용으로 출고됐다”며 “혈액사고방지 정보조회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적십자사는 헌혈금지약물 처방정보가 혈액출고시점보다 늦게 수신된 경우 출고사례가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확인결과 국방부에서 2009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제공한 정보는 5개 군병원 처방정보에 불과했다. 1000여개에 달하는 사단 소속 의무대 처방정보는 지금껏 공유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여기에 “지금껏 국방부와 정보공유체계를 갖춰 군부대 단체헌혈을 통한 안전한 혈액수급이 가능하다고 자부한 적십자사의 거짓이 드러났다”며 “수혈부작용 우려가 있을지 모르는 혈액을 채혈해 유통까지 시킨 적십자사의 행태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