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들의 헌혈을 두고 대한적십자사와 한마음혈액원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정청탁에 대한 의혹제기부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일련의 진흙탕 싸움에 뒷짐만 지고 있다. 이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자유한국장)은 22일 대한적십자사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국정감사에 앞서 적십자사와 한마음혈액원 간의 다툼에 대해 언급하며 군 단체헌혈을 둘러싼 논란이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2016년까지 군 단체헌혈은 적십자사만이 진행해왔다. 허나 2017년 초, 보건복지부가 각 부처에 헌혈 참여를 요청하며 ‘단체헌혈 가능 혈액원 현황’에 한마음혈액원을 포함시켰다. 적십자가 독점해왔던 군 단체헌혈 사업에 민간혈액원의 진출여지를 열어준 셈이다.
실제 국방부는 ‘2017년 군 헌혈활동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17년 6월 논산육군훈련소, 수도방위사령부, 육군 30사단에서 한마음혈액원이 주도한 군 단체헌혈을 진행했다. 이에 적십자사는 2017년 9월 국방부에 ‘상호협력관계 유지’를 언급하며 국방부 헌혈원의 적십자사 일원화를 요구했다.
그보다 앞선 2017년 6월 19일 적십자사 수급관리팀은 국방부로 ‘군 단체헌혈 관련 대한적십자사 의견’이라며 국방부 지휘부와 적십자사 간의 협약을 이행하고, 유관기관 관련지침을 제정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1982년부터 부여됐던 독점권을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여기에 “한마음혈액원이 군 단체헌혈 추진을 위해 국방부 퇴직자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면서 군 헌혈원 일원화를 주장했다.
이에 한마음혈액원도 반격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적십자 혈액원의 군 장병 헌혈 독점행위 중지 촉구’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또, 한마음혈액원이 군 단체헌혈을 시행한 지 1년 만에 적십자사가 군 장병 헌혈기관을 다시 독점하고 예산 손실과 명예실추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적십자로의 국군장병 헌혈기관 일원화를 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군 장병 권익 침해 ▶의료법 및 국가계약법, 정부업무수행 관례 등의 위반을 거론하며 한마음혈액원이 군 단체헌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조치까지 요청했다.
이와 관련 김승희 의원은 “군부대 헌혈을 놓고 혈액공급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며 “복지부는 즉각적인 조치를 통해 구 기관의 싸움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두 단체의 싸움을 사실상 방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에 일련의 사태를 전하며 사태 수습에 대해 주문했지만, 복지부는 헌혈증진을 위해 군부대를 포함한 개인이나 단체 헌혈자 선정은 당사자 협의(협약)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며 공급업체 간에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국방부는 “군 단체헌혈은 비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돼야하는 것이 옳고, 군내 단체헌혈 경쟁체제는 국가 헌혈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며 “일선 부대에 가장 부담을 주지 않고, 군 본연의 임무수행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실시한다는 대원칙을 견지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김 의원에게 제출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