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e스포츠가 ‘스포츠’가 아니라니

[게임 로그인] e스포츠가 ‘스포츠’가 아니라니

기사승인 2018-10-26 05:00:00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3일 이기홍 대한체육회 회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e스포츠는 게임인가 스포츠인가”를 물은 질문 자체부터 게임을 소재로 하는 스포츠인 e스포츠의 정체성에 대한 이원론적 견해가 드러나는 만큼, 이 회장의 개인적 견해가 드러난 대답에 성급히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e스포츠 종목이 올해 아시안게임에 채택됐고 한국은 이미 십 수년 전부터 프로게이머 리그와 방송 등이 활성화 돼 있는 'e스포츠 종주국'이다.

특히 최근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e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며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어 '오버워치'와 같은 종목이 국제 대회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e스포츠 리그를 출범하기로 하고 최근에는유명 힙합 가수가 북미 e스포츠 구단에 투자하는 등 분위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를 맡고 있는 한 외국인 경영자는 “미국 등지에서 기존 스포츠의 흥행 부진에 갈 곳을 잃은 스포츠 업계의 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로 e스포츠를 향하고 있으며 앞서 e스포츠가 발달한 한국을 선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차기 종목 발굴과 프로 선수단 등 리그 진흥이 더뎌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부터 세계 최고 기량을 자랑하던 한국은 올해 아시안게임과 '롤드컵' 등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놓치는 등 해외 선수단의 기량 향상으로 경쟁 우위를 잃어가는 추세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선수단에 다수의 한국인 코치, 선수들이 포진해 있으며 지속적인 인재 유출도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와 경쟁 상황을 고려할 때 e스포츠를 전통적인 '게임'의 영역에 묶어두는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회장의 인식에 문제가 크다. e스포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정하고 있는 스포츠인데 방금 회장의 답변에서 보다시피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계는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대한체육회의 보수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의 e스포츠 시장에 비해 우리나라가 시장규모와 자본력에서 밀리고 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마저 e스포츠의 스포츠 육성 의지가 없다”며 “대한체육회는 e스포츠를 정식 가맹 단체로 품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e스포츠 진흥법 전부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이 의원의 질의에 이 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지만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그 미래는 불투명해 보인다. 특히 보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국내 체육계의 실정을 고려하면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올해 국제 무대에서 연달아 예상 밖의 성적에 그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고 급격히 성장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부터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세계 e스포츠 시장을 바로 볼 수 있는 인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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