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49)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아버지를 극형에 처해 달라고 청원 글을 올린 딸은 여전히 두렵다고 호소했다.
김씨와 피해자인 전처 이모(47·여)씨 사이 딸인 A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버지가 구속됐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많이 두렵다”고 말했다.
A씨는 “어머니가 숨진 사실을 알고 일단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사람도 아버지”라며 “CCTV 영상을 봤는데 (피의자) 머리가 수북해서 그 부분이 좀 의아했다. 그게 설마 가발까지 준비해서 범행을 저질렀을 줄 몰랐다. 치가 떨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버지는 어머니뿐만이 아니고 자녀에게도 폭력과 폭언을 서슴없이 했다”면서 “중학교 때는 밧줄로 손을 묶고 맞은 적이 있었다. 유치원 때부터 피멍이 들 정도로 맞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아버지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든가 말대꾸를 했다든가 이유로 때렸다. 아버지는 저희에게 ‘개도 맞으면 말을 듣는다. 너희는 맞아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짐승보다도 못 한 XX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했다”며 “밥에 콩이 좀 들어가 있다고 (때리고) 정말 사소한 문제로 맞았다”고 회상했다.
A씨는 학대가 지속됐는데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A씨는 “신고하고 싶었던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법의 제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자기는 (어머니를) 죽이고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는 말을 누누이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했다.
법원의 접근 금지 명령에 대해서는 “(아버지는) 정말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며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버지가) 밖에서는 자기 이미지를 중요시해서 지인들을 만날 때면 어머니를 꼭 데리고 다녔고 어머니한테 음식을 먹여준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아버지가 구속된 상태인 지금도 집 밖에 나갈 때는 많이 두렵다. 문 앞에 누가 서 있을까 무섭고 밖에 돌아다닐 때도 사람 얼굴을 먼저 확인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 22일 오전 4시45분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6시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살인 혐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같은날 △김씨가 이씨 차량 뒤 범퍼 안쪽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를 달아 동선을 파악한 점 △가발을 쓰고 흉기를 준비해 이씨에게 접근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범인 아버지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는 살 수 없었다. 이혼 뒤에도 4년여 동안 살해 협박과 주변 가족에 대한 위해 시도로 많은 사람이 힘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엄마는 늘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었고 보호시설을 포함해 다섯 번 숙소를 옮겼지만 결국 (아버지의) 사전답사와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으로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갔다”며 “아버지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