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연내 시행을 목표로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모델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시행 2달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양의학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이 구성되고 서비스체계가 갖춰져 감에 따라 기타 보건의료 직역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논의가 진행되는 추진단 워크숍에 참관조차 하지 못하게 막는 복지부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고혈압과 당뇨병의 경우 한의학에서도 많이 치료하고 있는 질환이며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치과와 한의원, 간호사가 포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더욱 보탬이 될 것”이라며 원천적인 차단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의과에서 한의사들의 참여를 극렬히 반대해 참관조차 저지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면서 “의과를 제외한 직역을 배제한 채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추진단 소속 위원들에게 의사를 묻지 않고 행정지원부서에서 참관의사를 묻고 처리해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행정적 실수’라고 못 박았다. 이어 “추진 중인 만성질환관리사업은 기존의 4가지 사업을 통합한 의과와 지역사회 연계를 중심으로 구상돼 한의원 등 타 직역이 참여하기는 현 시점에선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사업이 의과 중심으로 설계된데다 이번 사업이 이들 시범사업들의 통합형태로 구상된 만큼 한의나 치과와 같이 전혀 다른 치료형태를 추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일견 타당하고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의원과 치과의원 등의 의료계를 제외한 보건의료 직역들의 참관조차 배제하며 정작 지속적인 환자관리를 위한 ‘케어 코디네이터’와 같은 새로운 직역을 만들어 참여시키는가 하면, 운동치료사, 영양사 등의 참여도 고려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들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일까? 더구나 이웃사촌이란 말조차 사라져가는 세태에서 형태는커녕 방향조차 불명확한 ‘커뮤니티 케어’와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연계·도입하겠다는 계획에는 선뜻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들도 많다.
심지어 ‘실패’라는 의견이 많은 기존 사업들의 구체적인 성과나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지역사회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건강교육 및 생활습관 개선·관리라는 다소 막연한 개념을 도입해 급히 시행하려는 의도가 의료계의 저수가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대안은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련의 의혹과 불만에 대해 복지부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복지부의 의중이 어디에 있든 2007년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을 시작으로 10여년이 지나고 있는 시범사업의 성과가 새로운 사업을 통해서라도 조금은 나와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국가 예산으로 환자가 겪고 있는 자기관리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겠다고 시행되는 사업이라면 그 목적을 일부나마 이룰 수 있는 냉정한 평가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의사나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은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주체가 아닌 구성원일 뿐이다. 어떤 구성원이 목표 달성에 더 적합한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만약 이들이 협조하지 않겠다면 협조하지 않는 차원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한다. 부디 주객이 전도되지 않길 바래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