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기사 읽기가 두렵다. 오늘은 또 누가 죽었을까. 무서워서 이제 어떻게 사나.
요즘 들어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어처구니없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살인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문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경남 거제시에서는 20대 남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했는데, 피해자는 키가 132cm, 체중 31kg에 불과할 정도로 왜소한 체격이었던 것에 반해 가해자 박모씨는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이었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혼수 문제로 다투다 여자친구를 살해한 20대 남성이 붙잡혔고,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40대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25년 결혼 생활 내내 그녀를 폭행했던 전 남편은 형사처벌을 받고 헤어졌음에도 이혼한 아내에게 위치 추적기 등을 장착해 뒤쫓으며 위협했다. 오죽하면 두 딸이 아버지를 처벌해달라고 국민청원에 글을 남겼겠는가.
여성의 가족까지 살해하는 사건도 있다. 지난달 30일 딸의 전 남자친구가 흉기를 들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아버지가 이를 막다가 살해당했다. 가해자 남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전 여자친구와 어머니, 남동생에게도 상해를 입혔다.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용의자는 사망한 일가족 중 손녀의 전 남자친구였다. ‘결별’ 후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밌는 것은 가해자 대부분이 술에 취한 상태였고, 피해자 대부분은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살해당했다는 점이다. 이쯤 되니 살인은 그저 술주정의 일부라고 봐야 하나 싶을 정도다. 위 사건들 중 일부 가해자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고”, “홧김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건들은 넘쳐나고, 그 피해는 무고한 사람의 몫이 됐다.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음주자는 곧 잠재적 살인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술’이 무슨 죄겠느냐마는 범죄 행위에 항상 술이 따라오니 무시하고 지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심신미약으로 인한 처벌 감형’도 논의돼야 할 것이다. 실제 술을 마셨다고 해서 형량이 줄어든 사례도 있고, 요구한 사례도 있으니 말이다.
왜 여성이 표적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 이해관계도 다르고. 여성에게 한정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체적으로 약자인 여성과 노인, 어린아이, 장애인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계속 지켜봐야 할까. 우리 국민이 범죄자의 ‘주정’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한 제제가 필요할 때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