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간호사가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말을 통해 역설적으로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일하는 행복, 일할 때의 즐거움,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38만여 간호사를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 이하 간협)는 1일, 1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간호사가 주도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간호사와 국민, 나라를 위한 중점과제를 8가지를 선정, 실현할 뜻을 밝혔다.
이들이 제안한 8대 중점과제는 ▶보건복지부 내 간호 전담부서 설치 ▶간호중심 입원료 수가체계 개편 ▶8시간 노동시간 준수 ▶방문간호 중심 통합재가서비스 실현 ▶지역간호 중심 커뮤니티 케어 실행 ▶전문간호사 업무의 법제화 ▶지역보건법 개정 ▶간호법 제정이다.
관할 부처에 전담조직을 만들어 정책적 지위를 확보하고, 현행 입원료 중 25%만을 차지하는 간호관리료를 현실화해 병원에서 간호인력을 추가로 뽑는 등 근무여건 및 처우 개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1일 8시간 근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면 간호사 이직률을 줄이고 의료사고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일명 ‘커뮤니티 케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중심의 방문재가서비스가 이뤄져야하며 이를 지원한 지역간호사회 중심의 연결망이 형성돼야할 것이라는 요구다. 나아가 방문간호사들의 절반이상을 비정규 계약직에 머물러 제도활성화를 저해한다고 평가되는 지역보건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포함됐다.
하지만 결국 이들 8가지 과제 혹은 요구는 하나로 통한다. 간호사의 위치를 보다 공고히 하고, 수행하는 업무나 지위에 걸맞은 처우를 제공하며, 간호사들이 환자의 건강을 돌보고 사회구성원들이 건강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일할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일련의 염원을 담아 20여개 법률에 나뉘어 기술하고 있는 간호관련 조항을 하나로 모으고, 변화하는 또한 앞으로 변화할 보건의료환경을 반영한 간호업무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독립적인 법안인 ‘간호법’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다.
이와 관련 간협 관계자는 “의사들의 자격부터 업무, 인력관리, 보상까지 의료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법이 의료법이듯,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간호업무를 포괄하는 법”이라며 “간호인력의 근무여건 및 처우 개선을 위한 궁극적이고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26개가량의 법안에 간호 관련 내용이 흩어져있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국민들이 제대로 된 간호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이라며 “업무영역부터 명확해지고, 행위에 대한 상벌이 정해지고, 관련 수가체계가 정비되고 만들어진다면 그때부터 제대로 된 간호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 간호계 관계자는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태움’이라고 불리며 학대에 가까운 시달림과 인권침해 행위를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나아가 태움과 같이 간호사에게 강요되는 각종 부당한 처우와 처사에 순응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표현”이라고도 풀이했다.
한편, 간호사들의 이 같은 요구에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을 표하며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약속했다. 심지어 이날 행사에 참여한 5개 정당 대표급 인사들은 당 차원에서 간호법 제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간호인력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한 목소리처럼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의료체계가 바뀌고 노령화가 진행되며 간호사의 사회적, 의료체계상 지위가 바뀌고 체계가 제대로 잡히며 인권을 찾겠다는 노력과 결의에 정부와 정치권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간호법 제정이 안됐다는 것은 문제다. 복지부에서 적극 검토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자리에 함께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권 차관은 “배출된 38만명의 간호사 중 절반가량만 현업에 근무하고 있다. 간호직에 종사한 초기에 이탈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병원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계속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내년에는 야간근무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간호사 근무여건이 중요하다.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간호사들과 같이 정책을 만들고, 간호사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복지부가 힘쓰겠다”는 다짐의 말도 전했다. 다만 간호법 제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간사도 “모든 정당 대표가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의견이 정치권에 충분히 전달된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법 제정은 국민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내용적으로도 법 제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료법 등의 개선으로 가능한지 따져야한다. 꾸준히 토론하겠다”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