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기증 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연명의료중단 결정과 장기기증 서약을 연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동시에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 나눔도 고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내 장기기증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최근 10년간 한국의 장기이식 현황’에 따르면, 장기기증희망등록자는 2009년 18만3000여명에서 지난해 7만6000여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장기이식 대기자는 2009년 1만 2000여명에서 올해 6월까지 2만 9000여명으로 2.4배 증가한 상황이다.
신재승 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들어 장기기증이 주춤하고 있어 의료진으로서 안타깝다”며 “연명의료결정법으로 고귀한 죽음을 미리 결정하는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 때 장기기증에 대한 내용도 연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명의료의향서에 장기기증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연계된다면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기증문화 확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장기기증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장기기증원이 지난 8월 발간한 ‘국내 장기기증 현황과 기증감소의 해결방안’ 보고서는 과거 기증원으로 연결되던 말기환자 가족들이 직접 연명의료중단을 결정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이 같은 현상이 장기기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연명치료 중단 결정으로 일부 뇌사환자(뇌사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현행법상 뇌사상태를 유지하기 힘들고, 또 대부분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심정지가 동반되기 때문에 뇌사 상태에서 가능한 장기이식 연계가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연명의료중단 대상자 중 장기조직기증에 적합한 환자는 극히 소수이나 말기상황에서 치료를 중지해야 할 상황이라면 장기조직기증을 통해 사망자의 죽음을 더욱 의미 있게 해주는 것도 가족과 의료진이 해야할 일이라며,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일부 공감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로 의료진의 업무가 늘다보니 뇌사판정에 신경쓰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현행 장기이식법상 장기기증을 위해서는 뇌사판정절차를 거쳐 최종 판정을 받아야 한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과거에는 의료진이 봤을 때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가 뇌사상태에 들어갈 것 같으면 뇌사판정을 염두에 두고 판정절차를 준비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연명의료결정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따져야하는 등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금년만 해도 관련 부서에서 장기기증으로 이어질 수 있게 신경써달라는 요청이 여러 차례 들어왔으나 쉽지 않다”며 “연명의료결정법은 위반하면 의료진이 처벌을 받지만, 장기기증은 좋은 뜻으로 베푸는 일이다. 업무량에 치이다보니 사실상 의료진들이 그것까지 신경 쓸 에너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연명의료결정제도와 장기기증을 연계하더라도 기증자수 증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균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기획이사(인천성모병원)는 “연명의료결정의 대상이 되는 환자에는 말기암환자가 가장 많다. 말기암환자 중 장기이식이 가능한 분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가능하더라도 각막이식 정도에 그친다. 또한 뇌사자는 연명의료결정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법 시행과 관련성이 크지 않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장기이식항목을 추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기증건수를 높이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