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즈컨 2018’의 충격…‘디아블로 이모탈’ 의미는?

‘블리즈컨 2018’의 충격…‘디아블로 이모탈’ 의미는?

기사승인 2018-11-07 09:37:06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연중 최대 행사인 ‘블리즈컨 2018’이 막을 내린 가운데 이례적인 신작 발표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3~4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진행된 이번 블리즈컨에서는 ‘디아블로 이모탈’, ‘디아블로 3 이터널컬렉션’,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등 신작이 발표됐다. 이 밖에 ‘오버워치’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신규 캐릭터, ‘하스스톤’의 새 콘텐츠 등이 무대를 장식했다.

가장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은 주인공은 디아블로 이모탈이었다. 블리자드가 중국 넷이즈와 협업을 통해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으로 기존 ‘디아블로 3’의 닌텐도스위치 이식 버전인 이터널컬렉션과 달리 2편과 3편의 사이 이야기를 그리는 완전한 신작이다.

특히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2012년작인 디아블로 3 출시 후 시간이 경과되면서 후속작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매년 높아지고 있었다. 일부 게임 전문 매체에서는 ‘디아블로 4’ 공개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도하는 등 관심이 집중되던 상황에서 예상 밖의 발표가 이뤄진 것이다.

첫날 개막식 무대에서 히어로즈의 첫 독자 캐릭터 ‘오르피아’와 오버워치 신규 캐릭터 ‘애쉬’가 각각 시네마틱 영상과 함께 공개되고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디아블로 이모탈 공개와 함께 다소 가라앉았다. 발표를 맡은 와이엇 청 수석 디자이너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듯 수차례 말 흐름이 끊기는 모습마저 보였다.

이후 다수 매체와 게이머들은 ‘충격’, ‘실망’ 등 부정적 평가를 연달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중국 측에서 개발 중인 게임으로 블리자드에 압력을 가해 디아블로 스킨을 입혀 내놓은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이 같은 반응에는 PC 패키지 게임을 주로 선보여온 블리자드가 이례적으로 메인 무대에 모바일 게임을 올렸다는 점과 독자 개발이 아닌 넷이즈와의 협업을 통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먼저 블리즈컨은 블리자드의 PC 패키지 게임 팬이거나 그 게임성‧경쟁력에 주목하는 유저와 매체들이 주로 참관하는 행사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게임성과 부분유료화 과금 구조, 자동 시스템 등이 부각되는 모바일 게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시연된 디아블로 이모탈 데모 버전이 그래픽, 조작감 등에서 현행 모바일 게임 기준에서 우수한 수준을 보여줬음에도 비판적 시각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실제 시장에 출시될 경우 모바일 게임 유저 층을 대상으로는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앨런 애드햄 총괄 프로듀서 부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30여년 가까이 다양한 장르와 게임을 만들어왔다. 이것도 새로운 시도 중 하나”라며 “모바일로 보다 낮은 연령층과 전 세계 다양한 이용자까지 대상을 넓히고 기존 유저에게는 ‘어디서나 함께 즐기는 디아블로’가 모토”라고 설명했다.

디아블로 4에 대한 기대감을 의식한 듯 “PC 팬들에게는 여러 디아블로 팀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잊지 않았으니 기대하라”고도 덧붙였다. 다른 블리자드 관계자는 “충분히 준비가 되기 전에는 잘 공개하지 않는 기조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디아블로 4에 대한 이른바 ‘떡밥’을 미리 던지지 않는 데 대한 해명이다. 

즉 디아블로 이모탈은 PC에 집중해온 블리자드가 모바일로 플랫폼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일부 모바일 게임이 디아블로를 연상시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유저들을 자극하는 등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지 않을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과금 구조 우려에는 하스스톤 등을 참고 사례로 들었다. 서비스도 중국을 제외하고 블리자드가 직접 맡는다.

모바일 시장 진출 자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도 넷이즈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일부 의구심이 남는다. 블리자드의 개발력을 감안해 독자 개발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시각과 대주주이기도 한 중국 텐센트 산하 스튜디오도 아닌 넷이즈라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블리자드의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퍼블리싱부터 넷이즈와 약 10년 협업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협업이 필요했다는 시각과 최근 중국 내에서 텐센트가 규제의 대상으로 꼽힌 정황 등이 유저 사이에서 거론될 뿐이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이모탈 외에 ‘스타크래프트’의 리마스터 버전을 잇는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도 함께 발표했다. 옛 ‘워크래프트 3’를 4K 화질에 3D 모델링까지 전면 개선한 버전으로 호응을 받고 있다. 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초창기를 재현한 ‘클래식’ 버전 서비스도 발표했다.

이번 블리즈컨은 J 알렌 브랙 신임 대표가 그 동안 블리자드를 이끈 마이크 모하임 전 대표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첫 무대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블리자드는 모바일 플랫폼 확장 첨병으로 유일한 완전 신작 디아블로 이모탈을 내세우고 이외 과거의 인기작을 다시 활용하는 전략으로 출발한 셈이다. 또 올해 처음 외부 타이틀인 액티비전의 ‘데스티니 가디언즈’,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4’ 등을 ‘배틀넷’ 서비스에 탑재하는 시도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개발 등 방향성과 관련해 앨런 부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파트너 협업도 있지만 대부분 독자 개발 중이다. 블리자드 역사상 가장 많은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다. 준비하는 것들이 많아 미래는 매우 밝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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