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NHK는 11일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명칭을 ‘구(舊)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일원화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징용공’(徵用工)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명칭 변경은 피해자들이 일본측에 강제로 동원됐다는 점을 애써 숨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지난 9일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징용이 아닌 모집에 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노 외무상은 같은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 판결을 내린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징용된 분은 아니다”라며 “(자발적으로) 모집에 응한 분”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징용공’이 아닌 ‘모집에 응한 분’으로 부른 것에 대해 “현실이 그렇다”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음. 고노 외무상은 지난 6일에는 판결을 두고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한국 정부가 100%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 지난 4일에는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여론전에 돌입했다. 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점을 각국 재외공간을 통해 발신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대신 배상하는 입법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침까지 밝힌 상태다.
후폭풍은 문화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 9일 일본 방송 TV아사히는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방송 출연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멤버 지민이 지난해 입었던 티셔츠에 인쇄된 원자폭탄 투하 사진이 발단이었다. NHK도 내달 31일 방송되는 일본 최대 음악행사 ‘홍백가합전’, 후지TV도 내달 5일과 12일 방송되는 ‘FNS 가요제’의 BTS 출연을 백지화했다. 이번 사태가 한류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3차 한류붐이 10대 여중고생의 뒷받침으로 가속화되고 있었던 만큼 이번 문제(방탄소년단)가 한류 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극우세력들의 혐한 시위도 다시 시작됐다. 지난 10일 도쿄역과 긴자 등 일본 도심 번화가에서 욱일기를 든 시위대 300여 명은 “죽어라 한국” “한국과 단교하라” “다케시마를 돌려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번 시위와 관련 “일본 경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며 우익 시위대의 과격행위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도 시위대에 접근하는 것을 자제하는 등 신변 안전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