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의혹에 대해 전임 교무부장 A씨(53)와 그의 쌍둥이 딸들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A씨와 두 딸을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면서 “압수물 분석을 통해 쌍둥이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시험 전 작성된 영어 서술형 정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기재된 메모와 자택에서 발견된 빈 시험지도 정답 유출이 의심되는 주요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하고 시험에 응시해 학교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시험 문제를 유출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나 쌍둥이에게 시험 문제를 알려준 휴대전화 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A씨 자택 압수수색과 쌍둥이 자매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18개의 유력한 정황 증거를 찾았다. 정황 증거에는 ▲쌍둥이 자매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영어 시험문제 정답 ▲A씨 자택에서 발견된 미적분 과목 시험지 ▲시험문제 정답이 적힌 쌍둥이 자매의 암기장 ▲ 쌍둥이 자매가 시험지 두 번째 페이지에 나열해 적은 정답 ▲풀이과정과 다른 쌍둥이 자매의 수학 시험 정답 등이 있다.
특히 암기장에는 이들 자매가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과목들의 정답이 빼곡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자매들이 문제 순서별 정답을 외운 뒤 시험지를 받으면 ‘깨알같이’ 적어놨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암기장에 시험문제 답안을 적어 외운 뒤 시험지를 받자마자 해당 정답을 적어두고 OMR 카드에 옮겨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감독관 눈을 피하기 위해 작은 글씨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쌍둥이가 답안 목록을 잘 외우려 키워드를 만들어 둔 흔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험지 보관일에 근무 대장에 기재하지도 않고 야근을 한 A씨 행적도 주요 증거로 채택됐다. 경찰은 “지난 1학기 시험지가 보관된 당일 A씨는 근무대장에 적지도 않은 채 초과 근무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찍 퇴근해 근무대장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시험지가 유출된 주요 정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와 쌍둥이 딸은 자택에서 수상한 메모가 다수 발견된 것에 대해 “해당 메모는 시험을 치른 뒤 정답 확인을 위해 메모한 것이지 사전에 유출된 것이 아니다”고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쌍둥이는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또 A씨 부녀와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전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 교사 3명은 방조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