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한국당)이 비리 사립유치원 파문으로 지탄받는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을 편들고 있습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홍문종 한국당 의원과 한유총이 공동주최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성토장이었습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비리를 공개하고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쓰자는 정책을 두고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했습니다. 발제를 맡은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박용진 3법’을 “좌파적 사고” “북한식 전체주의”라고 낙인 찍었죠. 정부 돈 받아서 명품백 사는 게 죄냐는 기상천외한 논리도 나왔습니다.
박용진 3법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일컫습니다.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 국가보조금을 교육 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원아들이 ‘부정급식’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유치원 평가 정보에 대한 학부모 접근권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죠. 학부모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지망’을 만든 것입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토론회에서 한유총을 향해 낯 뜨거운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을 향해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의원은 한유총 관계자들을 두고는 “요즘 한국당 의원들이 이렇게 박수를 많이 받은 적이 없다”며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했죠. 특히 김순례 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여러분을 박해하는 건 우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놨더니 동냥자루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정부 지원금 막 썼다고 탄압하는데 이상하고 의도적이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지난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로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비리 유치원이 횡령한 총금액은 약 269억원. 박 의원은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합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원생 교육비로 성인용품을 구매하고 몇천만 원짜리 명품백을 사는 동안 아이들은 귤 한쪽을 15쪽으로 나눠 먹었습니다. 또 닭 한 마리를 30명이, 계란 3개 넣은 국을 100명이 먹었습니다. 말 못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에 국민은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유총은 잘못을 사과하기는커녕 “폐원하겠다”며 아이들을 불모 삼아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매년 2조원 규모의 혈세가 사립유치원에 지원됐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관리감독을 두고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한유총을 향해 한국당이 애정 공세를 펼치는 의도는 분명합니다. 박용진 3법 통과를 막아 막강한 로비력을 갖춘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표를 확보하려는 것이죠. 한국당은 최근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전원책 해촉 파동’으로 시작된 내홍을 겪고 있는 데다 ‘야당의 장’인 국정감사에서도 존재감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급한 마음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죠. 한국당의 행보는 민심과 거리가 멉니다. “북한에 보낸 상자 안에 귤만 들었겠나” 발언이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는 한유총과 손을 잡다니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표는 얻을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한국당에서 멀리 떠나지 않을까요. 한국당은 ‘제 1야당’의 위상을 회복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인지요. 국민의 의구심은 커져만 갑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