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가 태극권 때문에 시끄럽다. 태극권과 같이 호흡과 정신을 안정시키고 집중해 규칙에 따라 일정 동작을 반복하며 기혈을 고르게 때론 자극하며 건강을 유지·발전시키는 ‘기공요법(氣功療法)’이 치매예방 및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서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치매 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대한한의사협회가 주관한 자리다. 토론회에서 조성훈 경희대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교수(사진)는 국내외 연구 등을 토대로 치매예방을 위해 기공요법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조 교수가 제시한 근거는 7가지다. 그에 따르면 당장 2017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치매예방에 대한 효과를 인정해 노인대상으로 보급한 표준프로그램 ‘총명한 백세’에 신체활동으로 ‘동의보감 안마도인’이라는 이름의 기공체조를 포함시켰다.
더구나 2016년 9~11월 16개 보건소에서 65세 이상 노인 39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범사업에서도 인지기능은 약 1.8배, 삶의 질은 3.1배, 우울 개선효과는 2.9배 이상 보였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국내외 연구결과도 내놨다. 2012년 홍콩에서 치매위험군 노인 389명을 대상으로 태극권과 스트레칭·토닝 운동을 비교한 연구결과, 발간된 태극권을 수행한 그룹이 자세균형이나 시간단기기업 평가 등에서 더 우수하고 치매로의 진행률이 낮다는 내용이 게재된 미국의사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는 시작이었다.
역시 2012년 태극권 훈련이 같은 시간 활발한 토론을 한 사람에 비해 기억력 검사상 뇌 용적이 커지고 기능이 개선됐다는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과 2014년 태극권을 통한 인지기능개선 및 실행기능 향상효과를 거론한 미국노인의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도 있었다.
여기에 2016년 태국 연구진이 건망형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태극권의 인지기능개선을 연구한 결과 장기기억과 회상 등이 의미 있게 증가했다는 내용을 실은 미국 노인의학회지와 2017년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태극권과 인지교육훈련을 비교해 기억력과 체력, 우울증 등 모든 항목에서 개선효과가 있었다는 천상명 동아대의대 교수의 연구도 포함됐다.
이를 바탕으로 조 교수는 한국형 노인 기공요법을 개발해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조만간 문을 열 동대문구 치매지원센터에 이를 도입할 경우 적용과 교육이 용이하고 노년이 되며 떨어진 경락의 유연성이나 굳어진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치매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일련의 주장이 제기된 직후인 14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조 교수를 비롯한 한의계가 극찬한 ‘태극권’의 치매예방효과를 사정없이 비난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태극권이 치매에 효과가 있다면 취권이나 영춘권, 다른 권법들, 화타 오금희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뇌신경인지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알쯔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는 여전히 난치병”이라며 “환자는 무분별한, 근거 빈약 치료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 2018년, 세계에서 이런 토론회는 대체 뭐 하러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형태의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15일,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가 다시 반박성명을 내며 부딪쳤다. 이들은 “토론의 핵심내용은 치매국가책임제에서 한의약 활용이 의사독점구조로 인해 제도적으로 제한돼있다는 내용”이라며 “이를 가리기 위해 지엽적인 인식개선사업의 예시내용인 기공요법을 의도적으로 부각해 평가절하했다. 나아가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논문발표를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 회장은 한의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반박한 것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할 것”이라며 “근거제시를 못할 경우 의사독점주의에 편승해 악의적으로 한의약을 폄훼하고 양의계 내부 선동과 국민을 기만한 가짜뉴스 생산자라는 불명예스러운 오명이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일본에서는 치매의 표준임상진료지침에 한약을 처방하는 것을 권고하며 일본 정신과의사의 90% 이상이 한약을 활용해 진료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한의사제도가 있음에도 치매국가책임제에서 한의약이 정책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돼 있어 진료선택권의 제한과 국민피해로 돌아가고 있다”며 의사 독점에서 탈피한 치매정책이 수립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한의계 요구에 최대집 회장은 아직까지 이렇다한 답변이나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기공요법 등 한의학 기반 치매 예방 및 치료방법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펴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보수적인 판단에서 논쟁이 없는 공인된 예방 및 치료법을 선행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치매정책을 담당하는 인구정책실 관계자는 “한의계와 의료계의 논쟁이 벌어진 상황 자체가 아직까지 한의학적 치료나 예방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치매국가책임제의 경우 안정적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점차 확대해나가려는 계획인 만큼 최대한 논쟁이 없는 부분부터 도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사업 자체도 중앙정부에서 대략적인 사업개요를 마련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에 맞게 사업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한의학적 요법을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했지만 추가하거나 지속하려는 움직임은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한의학 기반 예방 및 치료법이 확대적용 되거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비롯해 기공요법 논쟁까지 더해지며 한층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상황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췄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와 한의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견이 팽팽히 갈리며 평행선만 그리고 있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의료일원화 논의도 잠정 중단된 상태”라면서 두 집단 간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