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백아연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쿠키인터뷰] 백아연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백아연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기사승인 2018-11-21 08:01:00

가수 백아연의 휴대전화엔 습작의 흔적이 가득하다. 개중엔 ‘센 노래’도 많다. 거친 노랫말의 영감은 주로 전 남자친구에게서 얻는다. 올해 초 한 음악프로그램에서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백아연은 “사실 그(방송) 전에 짧게 연애를 했었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연애는 짧았지만 상처는 컸다. 백아연은 “앞으로 노래로 (화를) 풀어내려고 한다”며 웃었다.

그래도 분노보단 위로가 먼저다. 21일 오후 6시 발매되는 네 번째 미니음반 ‘디어 미’(Dear me)는 스스로를 토닥이는 ‘셀프 힐링’ 노래들로 채워졌다. 타이틀곡 ‘마음아 미안해’는 작곡가 김원이 쓴 브릿팝 장르의 곡으로, 사랑에 상처 입은 자신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백아연은 특히 ‘어차피 그럴 일이 그렇게 됐나봐’라는 가사를 좋아한다. 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용기가 생겨난다고 믿서다. 

‘마음아 미안해’는 애를 많이 먹인 노래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노래가) 자연스럽게 외워졌다”고 했을 만큼 애정은 컸지만, 녹음 과정은 까다로웠다. 감정을 깊게 만드는 것이 어려웠단다. 박진영 프로듀서는 백아연에게 ‘엉엉 울고 난 뒤 힘이 없는 상태에서 부르는 느낌을 내 달라’고 주문했다. 백아연은 힘을 덜어내기 위해 앉아서 노래를 녹음했다.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을 내려고 녹음실 불도 다 꺼둔 채 노래를 불렀다. 

음반에는 다양한 노래를 실린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수록곡 ‘안아줘’는 특히 새롭다. 인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싱 크루 서교동의 밤이 가사와 멜로디를 썼다. 그동안 자신이 잘 부를 수 있는 혹은 익숙한 음악을 주로 발표했던 백아연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도전해보겠어?’라는 생각으로 의욕을 불태웠다. ‘진짜 거짓말’이나 백아연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스타라이트’(Starlight)는 그의 주특기인 미디엄 템포의 노래다. 지난 음반 ‘비터 스윗’(Bittersweet) 때부터 작업을 시작해 1년 6개월 넘도록 공을 들였다.

‘디어 미’는 백아연에게도 위로가 돼줬다. 그동안 백아연은 자책이 잦았다. 상처를 준 타인을 탓하기보단 상처받은 자신을 책망했다. 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하지만 요즘엔 다르다. 백아연은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어렸을 땐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음반이 잘 안 되면 그게 모두 제 탓인 것만 같았고, 뭐든 혼자 해결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힘들게 했죠. 그런데 요즘엔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가족에게 힘들단 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어리광도 부려요.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흘려보낼 수 있게 됐고요.”

백아연은 가수로 살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TV에 나오는 자신을 여기저기 자랑하시는 부모님을 보는 게 그에겐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가끔은 비밀에 부쳐야 하는 방송 출연 일정도 부모님에게만큼은 털어놓는다. 가수가 돼 좋은 점은 또 있다.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곡을 쓰면서 감정 해소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이 아니었다면 화가 계속 쌓이지 않았을 거예요.(웃음) 센 노래요? 아직은 혼자서만 쓰고 보는 단계에요. 저는 (세게) 쓴다고 하는데,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 봐요. 그래도 계속 쓰다보면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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