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신문고 ‘비공개’ 민원 공무원 1시간 만에 신분 노출

[단독]국민신문고 ‘비공개’ 민원 공무원 1시간 만에 신분 노출

기사승인 2018-11-22 11:41:49

정부경남청사소장,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 경찰 수사

국민신문고에 버스 운영 민원 제기 공무원 지목해 비난‧폭언



국민신문고에 ‘비공개’로 민원을 제기한 공무원의 신분이 1시간 만에 노출되면서 익명성 보장이 무색해졌다.

특히 이 공무원은 이 때문에 비난과 폭언의 대상이 돼 논란이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경남청사)의 소장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남청사는 과거에도 용역업체 노동자를 상대로 갑질 논란 등이 제기된 곳이어서 해당 기관의 관리‧감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경남청사 등에 따르면 청사 내 입주해 있는 한 기관의 공무원 A씨가 경남청사의 일반 임기제 소장 이모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모욕‧협박‧명예훼손‧직권남용 혐의로 최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비공개로 올린 개인적인 제 민원 내용을 이 소장이 제가 속한 기관의 직원에게 이야기하고, 경남청사 직원들에게도 알렸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9월 국민신문고에 ‘경남청사의 통근버스 운영’에 관한 민원을 ‘비공개’로 올렸다.

이 버스를 이용하던 A씨가 하차 지점에 대해 불편을 느껴 다른 이용객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배려해 줄 수 없는지 경남청사 담당자 등에게 여러 차례 물었지만, 뒤늦게 ‘과업지시서’를 이유로 구두로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하차 장소를 상시 변경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본인만 하차하는 경우에 한해 배려를 해 달라는 민원이었을 뿐인데, 단지 과업지시서에 그렇게 정해져 있어서 제안을 반영하기 힘들다는 답변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청사의 공식 답변을 듣기 위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A씨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A씨가 비공개로 이 민원을 올린 뒤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이 소장이 A씨가 소속돼 있는 기관의 다른 공무원을 불러 민원 제기 경위를 따졌다고 했다.

A씨가 민원을 제기한 지 1시간 만에 그 신분이 노출된 것이다.

경남청사 직원들은 “이 소장이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A씨를 민원 제기 당사자로 지목하고 비난하며 폭언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이 소장이 A씨가 민원을 제기한 데에 따른 보복으로 통근버스 운영을 중단하겠다면서 통근버스를 없앤 이유에 대해 누가 문의하면 A씨 때문에 없앴다고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입을 모았다.

A씨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후 갑자기 A씨 소속 기관에 고정 배치하도록 돼 있던 경비 등 업무를 맡고 있는 방호원이 ‘순환 근무’로 근무 방식이 바뀌기도 했다.

A씨는 “비공개로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신분이 드러난 것도 모자라 많은 사람들에게 저를 마치 ‘진상’ 취급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신문고나 경남청사의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에서는 현재까지 민원에 따른 아무런 후속 조처를 취하지도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사전에 실무자간 민원과 관련해 다툼이 있었기에 국민신문고 민원 제기 당사자가 A씨인 것을 알고 있었고, 국민신문고에도 A씨가 실명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소장은 “통근버스 운영에 대해 A씨 민원대로 하면 다른 이용객에 불편이 따를 수 있어 저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입주기관별로 변경 사항에 대해 문의한 결과 절반 이상이 동의하지 않아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장과는 마무리가 되는 상황인데 이 문제가 마치 기관과 다툼 모양으로 비춰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소장 역시 통근버스를 이용하면서 과업지시서에 정해진 종점에서 내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사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져 또 갑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인 조사는 마친 상태로 참고인, 피고소인을 상대로 고소장 내용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남청사는 이 소장이 근무하던 지난해에도 ‘용역업체 노동자를 교체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용역업체에 발송해 큰 질타를 받았다.

정부는 이 같은 행위가 용역업체 인사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어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용역업체 노동자 채용 과정에서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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