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줄여라’ 권고에 50대 은퇴자 투자상품 실종

‘위험 줄여라’ 권고에 50대 은퇴자 투자상품 실종

기사승인 2018-11-26 11:25:26

#내년 2월 정년퇴직을 앞둔 권모씨(57·도봉구)는 요즘 들어 고민이 늘었다. 은퇴 이후 자녀들의 결혼자금과 노후 생활비 등에 필요한 자금 사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권씨는 국내의 한 증권사를 방문하고 투자상담을 받았다. 그는 “은퇴자를 위한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 정도였다”라면서 “이마저도 최근 증시 부진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기가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에서 연령대를 위한 상품 추천을 받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목적이나 투자 규모에 따라서 권해줄 수 있는 상품이 많이 달라서다. 또한 은퇴자들을 위한 투자방법 등과 같은 세미나도 과거보다 그 횟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50대 은퇴자를 위해 설계된 투자 상품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투자상품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그에 맞는 수익을 추구한다는 특성 때문에 연령대 보다는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30대라도 안전지향 상품을 원할 수 있고, 50대라도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선호할 수 있다”며 “신규고객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투자성향 파악 및 투자목적 확인이다. 성향·목적에 맞는 상품만 추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증권사들은 은퇴자들을 겨냥한 상품을 내놨고, 이들을 위한 투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로 관련 상품과 투자 강연을 많이 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투자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성향 별로 상품을 추천하라고 권고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5대 대형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은 은퇴자들을 위한 투자 세미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은 투자 강연을 열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열기 보다는 시기에 맞는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예컨대 연말에는 연말정산을 위한 강연회를 진행하고, 은퇴자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는 그들을 위한 설명회를 열고 있다. 퇴직자들을 위한 정기적인 세미나는 없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을 위한 정기적 강연회는 돈이 안 돼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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