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할 전문의가 없어 병원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줄지 않고 있다. 일부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민간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그래서 맡겨졌다는 표현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4년제 ‘공공의학전문대학원(이하 공공의대)’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26일 ‘바람직한 공공의료 활성화’를 주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김세연 의원(자유한국당)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국회 토론회에서 박인숙 의원은 공공의대 설립은 의학교육의 질 저하와 비용 대비 낮은 효과, 의료인력의 과잉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공공의료와 일반의료의 차이점이 없다. 더구나 모든 의료는 공공의료로 명명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의대 숫자가 너무 많아 정리가 필요한데 또 다시 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의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비용 대비 효과도 떨어진다. 오히려 지방의료원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책방향을 문제 삼았다.
또, “의료인력 수급을 위해 현실적으로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굳이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의대가 생긴다고 의료서비스가 갑자기 발전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의대 설립 예산도 수천억원이 든다. 의사는 금방 나올 수도 없다. 13년 후 의료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예산을 쏟아 붓는지 모르겠다”고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세연 의원도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 부족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문제는 현재 계획하는 국립공공의대 정원 49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공공의료의 정의부터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보다 근본적으로 공공의료의 정의부터 시장실패가 왜 발생했는지, 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지를 살피고 정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실효성조차 의심받고 있는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미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지역 1차 의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적 활동의 인정과 지원이 선행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동의는 얻지 못한 모양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27일 성명을 통해 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명분이 없으며, 공공의대 설립은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백년지 대계라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교육의 질 저하와 의료인력의 과잉, 공공의대 설립의 비효율성을 강조한 주장에 대해 “공공의대 설립은 단순히 기존의 의대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제공할 공공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국내 유일이자 최초의 대학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단순히 숫자를 늘리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기존 지방의과대학, 심지어 국립의대들도 지역 공공의료 인력양성에 실패했다. 우수한 공공의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복지부는 건축비, 인건비, 운영비 등에 7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역공공의료를 책임질 우수한 의사인력을 국가가 양성하는 사업에 꼭 필요한 필수 예산”이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국립공공의대 설립은 비효율적·비현실적 졸속정책이 아니라 지역공공의료를 책임질 의사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기 위한 백년지대계”라며 “우리나라 전 지역에 필수의료를 골고루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의사 인력은 2000명 이상이다. 49명은 공공의사 양성의 모태가 될 것이고 지역공공의료를 책임질 핵심인력 양성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복무할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입학금, 수업료,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후 의무복무기간을 두는 것은 유력하고 실효성 있는 의사인력 양성방안”이라며 국민기본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