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문 총장이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는 것은 지난 3월 고(故) 박종철 열사 부친을 방문한 이후로 두 번째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이룸센터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머리 숙여 사과했다. 문 총장은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했다면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후속 조치도 이뤄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피해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이날 피해자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80년대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례다.
형제복지원은 박정희 정권 말기인 지난 1975년 부산에 설립된 부랑인 수용소다. 설립 근거는 내무부 훈령 410호 “부랑아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지침”이었다.
연고가 없는 부랑인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기술을 가르쳐 사회에 다시 내보낸다는 취지로 설립됐으나 실상은 달랐다. 연고지가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붙잡아 수용하는 등 98%가 평범한 일반인이었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에는 무자비한 폭행, 불법 감금, 성폭력까지 만연했다. 12년간 형제복지원에서는 551명이 숨졌다. 피해자는 3만 명에 이른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며 검찰은 지난 1987년 박인근(2016년 사망) 형제복지원 원장을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내무부 훈령에 따른 것이었다며 무죄로 판단하고 횡령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9월 문 총장에게 형제복지원 수용자 의문사 및 감금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도 지난달 비상상고와 함께 사과를 권고했다.
비상상고란 확정된 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을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직접 재심리를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문 총장은 이같은 권고를 수용해 지난 20일 대법원에 박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다시 판단해달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모임은 지난해 11월7일부터 1년 넘게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지속해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