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랏돈 낭비 신고했는데 ‘셀프 조사’가 웬 말?

[단독]나랏돈 낭비 신고했는데 ‘셀프 조사’가 웬 말?

공익제보자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부실 조사 우려

기사승인 2018-11-29 11:10:46



국민신문고 예산 낭비 신고센터에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경남청사)의 예산 낭비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한 조사를 경남청사가 맡기로 했다.

예산 낭비 의혹 기관이 경위를 자체 파악하는 ‘셀프 조사’로, 부실 조사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경남청사에서 시설 등 업무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에 소속돼 청사에 파견 근무 중인 하청노동자 A씨는 지난 20일 국민신문고 예산 낭비 신고센터에 ‘경남청사의 예산 낭비 의혹’에 대해 신고했다.

‘시공업체가 해결해야 할 하자 보수 공사인데도 어떤 연유에서인지 경남청사가 공사를 새로 발주내면서 국가 예산을 낭비했다’는 게 A씨 신고 내용이었다.

A씨에 따르면 경남청사 건물은 2013년 4월께 완공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건물 곳곳에서 물이 새는 ‘누수’ 현상을 발견했다.

A씨가 그동안 확인한 경남청사의 누수 지점만 본관 등 38곳, 지하주차장 25곳 등 60곳이 넘는다고 했다.

A씨는 “그런데 경남청사는 시공업체에 하자보수 공사를 맡기지 않고, 방수 공사를 새로 발주하면서 국가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이 공사에 대한 하자 보수 책임기간과 보증기간이 2022년 11월30일까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남청사는 지난해 11월과 12월께 2차례 공사금액 각각 350만원, 1900만원을 들여 방수 공사를 발주했다.

그런데 국민신문고의 답변이 A씨를 더 황당하게 만들었다.

지난 27일 A씨는 공익제보에 대한 조사가 경남청사에 배당됐다는 국민신문고 회신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셀프 조사에 따른 부실 조사 우려를 제기했다.

A씨는 29일 “국가 예산을 낭비한 기관을 조사해 달라고 공익 신고했는데 해당 기관에서 조사를 진행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예산 신고 센터에 따져도 돌아오는 것은 공무원의 기계적인 답변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인데, 이런 식이면 국민신문고 예산 낭비 신고 센터의 존재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예전에도 공익제보를 국민신문고에 했지만 상황이 지금과 똑같았다. 이런 문제가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남청사 관계자는 “누수에 대한 방수 공사 하자보증은 2016년 4월4일까지로, 2022년 11월30일까지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A씨는 “누수의 원인은 방수 공사 부실이 아닌 주요 골격 균열에 따른 것으로 경남청사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며 “또 설사 방수 공사 부실이 원인이라고 해도 매년 누수 하자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공사 마무리를 하지 않고 발주처가 공사를 새로 발주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경남청사는 잇따라 불거진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경남청사 B소장은 경남청사와 관련해 국민신문고에 ‘비공개’ 민원을 올린 청사 입주 C기관 공무원의 신분을 주변에 노출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남청사는 또 이 비공개 민원 이후 C기관에 고정 배치돼 있는 청사 경비 등 업무를 맡고 있는 방호 인력을 무단으로 철수시킨 것으로 드러나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경남청사의 지시로 방호업체 노동자가 수년 동안 초과근무했지만, 이에 따른 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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