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강경파’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을 정식 이사장에 선출했다. 한유총과 정부 간 대립은 완화되기 힘들 전망이다.
한유총은 11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양재교총회관 컨벤션홀에서 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로써 이 이사장은 향후 3년간 한유총을 대표하게 된다. 이날 총회에는 이 이사장이 단독 출마했다.
이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정부와 집권 여당과 싸우고 있다. 이렇게 사립유치원이 폐원하면 우리나라는 국공립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만약 사립이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사용하길 원한다면 사전에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용하기 바란다. 공급자가 마음대로 개발해 놓고 그것을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불통이며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목소리 높였다. 다만 총회 참석자들에게 “명예가 떨어진 채 폐원하지 말고 같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회가 이 이사장의 이사장 직무대행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유총 내부에서도 이미 지난달부터 이 이사장 체제 법적 하자를 파악하고 있었다. 한유총은 지난 10월30일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의 이 이사장 체제가 현행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보낸 직후 법률 검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줄곧 교육부와 대립해왔다. 지난 10월 사립유치원 비리의혹으로 최정혜 전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비대위원장이 됐다. 이 이사장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시 단체 폐원하겠다”며 도심에서 대형 집회를 열어 세를 과시했다. 또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등에 업고 유치원 3법의 정기국회 통과를 무산시키는 ‘성과’도 냈다.
그러나 앞으로 이 이사장이 넘어야 할 고비는 많이 남아있다. 우선 지난 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 이사장의 이사장 직무대행 자격 적정 여부를 비롯해 한유총에 대하여 법인 운영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한유총은 지난 10월16일 정기 이사회에서 당시 ‘일반 회원’에 불과했던 이 이사장을 비대위원장으로 결의했다. 회의 개최 7일 전 통지한 안내문에는 비대위원장 선출 안건이 없었다.
한유총 정관 제26조는 ‘사전에 통지되지 아니한 사항을 의결할 경우에는 재적이사 전원이 출석하고 출석이사 전원의 찬성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대위원장 결의 당일 참석한 이사는 38명 중 31명에 불과했다. 또 참석 이사 31명 중 20명은 등기부 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미등기 이사여서 의결에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이 이사장은 지난 7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리더스유치원 운영과 관련해 수원지검에 고발(횡령·배임) 당한 피고발인 신분이다. 이 이사장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리더스유치원 설립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리더스유치원이 ▲이 이사장 딸 소유의 체험학습장을 임대해 1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지급했고 사용료도 인근 지역 체험장보다 2~3배 많은 사용료를 냈으며 ▲거래한 일부 교재, 교부 납품업체 소지자가 이 이사장 및 자녀 소유 아파트 주소와 동일한 점 등 각종 비리가 공개돼 질타 받았다.
또 지난 2016년~2017년 도교육청 감사에 따르면 리더스유치원은 유치원 운영비나 교육비를 유용, 한유총 연합회비로 547만원을 납부해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리더스유치원은 감사에 적발된 후에도 계속 연합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분간 한유총과 교육부간 ‘강대강’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한유총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까지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유총이 협상단을 꾸리고 협상요구를 한 것에 대해 “(한유총 협상단의 대표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라며 “비대위 중심의 일부 한유총 원장들이 보다 전향적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