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가, 물러서지 않는 제주도

영리병원 허가, 물러서지 않는 제주도

원희룡 지사 퇴진에 촛불시위까지, 연일 제기되는 논란에도 “문제없다” 일축

기사승인 2018-12-13 07:21:00

지난 5일 제주도가 국내에서는 처음이자, 국내법에서는 허용하고 있지 않은 영리목적의 의료기관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특례법에 근거해 허가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의료계는 영리병원 허가가 국내 보건의료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와 관련 제주도와 이를 허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2015년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하며 연일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과 시위를 반복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으로 인해 의료비는 폭등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건강권이 정면으로 부정당하며, 부자들만 이용하는 병원으로 운영돼 의료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봤다.

더구나 ▲사업계획서 사전승인 단계의 절차적 하자 ▲사업계획서 전체에 대한 비공개 결정 ▲의료법에 반하는 내국인 진료금지조항의 이행가능성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가능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보건복지부와 제주도의 해명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0일 영리병원 철회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행동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12일에는 영리병원 허가철회 및 영리병원 허용 법조항 폐기를 위한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1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을 들겠다고 전했다.

총력투쟁을 선포하며 보건의료노조는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도지사가 ‘승인권’과 ‘허가권’ 사이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며 추진한 영리병원의 허구성만 더욱 확인시키는 시대의 희극이자 비극”이라며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을 담보로 벌인 대국민 사기극을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보건의료노조 등이 제기한 의혹과 논란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사업계획서 사전승인과 허가 과정에서의 절차적·법적 하자는 없었으며, 우려하는 내국인 진료 및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가능성 또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조례 16조에서 검토하도록 하고 있는 의료사업 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에 대해 “15조에 의거해 의료기관의 인력운영계획, 자금조달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검토해 승인했다”면서 “고문변호사 3명 모두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녹지그룹은 의료사업의 경험이 없다. 다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의 주체는 의사와 간호사다. 인력운영계획이나 자금조달방식에 문제가 없었고 타당해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내국인 진료와 관련 진료거부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15조 위반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에게 문의해 1월 받은 유권해석 상 조건부 허가에 따라 내국인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의료법 15조 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면서 “만약 내국인 진료를 할 경우 ‘지시불이행’으로 시정명령과 행정처분, 허가취소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또한 “사업계획서 승인심사 과정에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우회투자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안다”면서 “조례 16조의 사전심사시 유사사업 경험은 청구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한 듯하다. 다만 명확히 그 내용을 검토했는지, 적법했는지 여부는 들여다 봐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영리병원 추진단계부터 최근 이뤄진 제주도의 공론조사위원회 활동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무상의료운동본부 활동가는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묵인하고 오히려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논란이 계속됐고, 여론과 민심이 영리병원의 허가를 반대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가 제출됐고, 승인과정에서의 적폐나 하자는 없었는지를 재검토하는 것이 적폐 청산의 일환”이라며 “사업계획서조차 보지 못한 채 영리병원을 허가한 원희룡 지사의 독단을 방관하고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과거 정권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라고도 지적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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