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vs 정부, 심사개편안 두고 또 ‘충돌’

의사 vs 정부, 심사개편안 두고 또 ‘충돌’

기사승인 2018-12-19 16:36:49

의사들의 의료행위가 정당했는지, 건강보험 급여청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심사체계 개편을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충돌했다. 최근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등에 합의하며 관계개선이 이뤄지는 듯 보였던 관계는 다시 악화됐다.

앞서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환자별 특성이나 지역적 차이 등이 반영돼야하는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기존의 청구건별 심사방식에서 의료기관별 진료패턴을 분석해 특이점이 발견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심층심사(경향심사)를 하는 방향을 추진해왔다.

이에 의료계는 심사의 정당성과 정확성,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심사체계 개편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경향심사가 가져올 수 있는 특정 의료기관에 대한 표적심사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문제는 논의과정에서 심사를 받는 의료기관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료계의 불만이 계속돼왔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대한의사협회는 19일 오전 ‘2차 심사체계개편협의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후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의 전면적인 대화중단을 선언했다. 

아울러 심사체계 개편논의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도록 정부안을 백지화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사체계 개편을 논의하겠다며 밀실논의를 이어왔고, 의료계의 문제제기에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하겠다고 초청해선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정부안을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박종혁 의사협회 대변인은 “심사는 의료행위가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의학적 유효성 여부에 대한 순수 의학적 판단이 이뤄져야한다”며 “심사체계 구조를 신뢰를 갖고 전문가 단체와 잘 만들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의사협회를 들러리 세우는 협의체에 참여할 이유는 없다”고 대화중단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특히 논의과정에서 쟁점이 된 사안은 건강보험 가입자나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Top Review Committee, TRC)를 최상위 의결기구로 둔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행위의 정당성을 최종적으로 TRC에서 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는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가 참여해 심층심사기구(Peer Review Committee, PRC)와 전문분야심의기구(Special Review Committee, SRC)를 두고 의학적 판단을 마친 사안을 TRC에서 의결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간섭이자 의료 왜곡을 불러올 수 있는 방식이라는 비난이다.

박 대변인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며 진료의 자율성 또한 고려해 의학적,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심사영역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비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 세계 어느 국가의 제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관련 문제를 지적하고 TRC를 폐지하거나 가입자 및 소비자 단체를 제외할 것을 의료계가 요구했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이어 “TRC 폐지 말고도 정부가 추진하는 심사체계 개편안이 실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선결조건이 해결돼야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에 이은 건강보험공단의 이의제기로 인한 2중 심사 문제 ▲합리적 심사기준의 마련 ▲심평원 본원과 지원 간 심사결과 불일치 등 의료인에 대한 규제수단이 아닌 바람직한 제도개편이 포괄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심사체계 개편논의는 물론 의료정책 등 정부와의 모든 논의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나아가 파업이나 폐업, 태업 등 모든 수단을 고려해 국민건강권과 의료계의 진료권을 보호할 방법을 찾을 것이며 일련의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는 모두 정부의 책임임을 거듭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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