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사회 각계각층에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두고 ‘탈(脫)원전 정책’, ‘망국적 포퓰리즘’ 등으로 일컬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 원전 산업 생태계가 망가졌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던 원전산업이 고사(枯死) 직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골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을 지나치게 왜곡한 주장이다. 애초에 현 정부는 탈원전을 시행할 능력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 남은 시간은 약 3년 5개월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 남은 정부가 국민적 공론화와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국내 원전 24개를 멈추고 관련 산업의 밥그릇을 깨면 비단 정치권뿐만이 아닌 온 국민이 들고 일어설 일이다.
현 정부는 경제성이 있는 원전을 제외한 노후화된 원전을 폐쇄하고 새 원전을 늘릴 계획을 지난해 표명했음에도 공공연히 조리돌림 당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6월 폐쇄된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 수명 만료에 따라 가동이 중지됐다. 이때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월성 1호기의 발전 원가는 ㎾h당 약 120원인데 반해 판매단가는 약 60원 수준이다. 속된 말로 완전히 밑지는 장사인 셈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야당을 비롯해 왈가왈부(曰可曰否)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이와 관련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합법적 판단에서 내린 결정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다”며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멀쩡한 원전을 문을 닫는 것도 아닌 데다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난해 말 발표된 ‘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2022년 5월까지 신한울 1, 2기, 신고리 4.5기 등 원자력발전소는 되려 4기로 늘어난다. 2023~ 2030년 사이에는 신고리 6호기 준공도 예정됐다.
결국 단계적으로 노후 원전의 가동을 멈추고 새 원전을 늘리는 것을 두고 탈원전을 운운하는 것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인 셈이다. 탈원전 정책이 아닌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평가가 정확할 것이다.
게다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도 다른 국가와 비교 했을 때 더디다. 정부는 14년에 걸쳐 2016년 기준 30%에서 2030년까지 6%포인트 줄어든 24%로 비중을 낮춰보자는 입장이다. 반면 독일, 대만 등은 10년 이내에 ‘탈원전’을 목표로 했다. 프랑스는 우리와 같은 기간 25%의 원전 비중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아무리 부풀려보더라도 현 정부에서는 원전 자체의 비중이 일부 줄어드는 선에서 그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한데 이를 두고 유난을 떠는 모양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생떼부리기’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에도 제동을 걸고 싶다면 원전의 치명적 한계인 사고위험,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2492조의 손해비용이 소모된다고 한다. 물론 이 비용에는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생명의 값은 포함되지 않았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옛 소련은 체르노빌 대참사의 영향으로 5년 뒤 붕괴했다. 수십만명의 사상자와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도시가 돼 동구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원자력이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주장보다는 자원하나 안 나오는 국가에서 ‘필요악’이라는 인식을 통해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을 제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할 때다. 원전이 고사 직전이라고 핏대를 올리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댁 앞에 원전을 놓으실 수 있습니까?”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