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표 간담회를 가면 으레 이런 질문이 오간다. 경영방침을 ‘질’과 ‘양’ 중 어디에 두겠냐는 것 등이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최근 마련된 자리에서 선수를 쳤다. 그는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당분간 질적 성장을 하겠다, 내실 위주로 가겠다’고 답했다.
‘질적 성장’은 자산 건전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다른 계획이 숨어있었다. JB금융은 지방 중견은행에서 시작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6년 간 성장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성장기반을 다졌으니 이제는 동행한 주주를 살피겠다는 의미다.
김 내정자는 이를 위해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건 관심이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질문이 이후에도 몇 가지 더 나왔다. 하지만 그는 종종 ‘내정자’ 신분을 이유로 말을 아꼈다.
김 내정자 말을 듣고 있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가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자회사인 부산은행으로 하여금 지역 중견 건설업체에 자금을 빌려주고 일부는 지주 주식을 매입하게 해 주가를 올린 혐의를 받았다.
금융은 곧 신용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빌리는 건 모두 신용을 담보로 이뤄진다. 주가에 손을 댄 CEO는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1등 지방금융사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사태가 터지고 업권에서는 회장과 은행장이 겸직하는 지배구조가 자취를 감췄다. JB금융도지난해 9월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했다.
물론 김 내정자가 BNK사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는 알 수 없다. 핵심은 그의 말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 내정자에게 믿음이 간다. 주주를 떳떳하게 섬기려는 CEO. 그런 그가 JB금융 역사를 새로 쓰려고 한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