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는 네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주식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 결정에 주목했지만, 1년간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책 금리로 인한 영향보다 상대적으로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이슈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2.25~2.50%으로 25bp(1bp=0.01%p) 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미국 금리 인상 후 이틀간 2060선에서 거래됐다. 이달 평균(2078선) 대비 18p(0.86%) 정도 빠진 수치다.
앞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 3월 1.50∼1.75%, 6월 1.75∼2.00%, 9월 2.00∼2.25%로 인상한 바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확장됐던 유동성에는 부정적인 이슈로 받아들여 진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 축소 및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 우려가 확산되며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당시 코스피 지수는 금리 인상을 전후로 단기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장기적(한 달 전후)으로 비교해보면 보합권(적은시세 변동 폭)에서 머물렀다. 충분히 예견된 금리인상인 만큼 시장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서다. 다만 6월과 10월 각각 한 달간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금융투자전문가들은 미‧중간 무역분쟁, 중국 위안화 강세 등을 코스피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6월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본격화 되면서 한 달간 코스피 지수가 5%(2310선) 이상 떨어졌다. 연초 대비 10% 가량 하락한 것이다. 10월에는 미‧중간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위안화 강세,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 대내외 악재로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삼성증권 서정훈 연구원은 “최근 미국 정책 금리에 대한 국내 증시 민감도가 낮아졌다”며 “올해 국내 증시의 주된 조정 배경은 미국 금리 인상보다 미‧중간 무역분쟁에 따른 교역 감소 우려가 훨씬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FOMC의 금리인상 결정은 국내 증시에 단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긴축적 금융환경에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성장주의 경우 조정 폭이 더욱 가중될 우려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금융투자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GDP 성장률 예상치를 2.5%에서 2.3%로 내렸던 것.
SK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2019년에 약 2회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2020년에는 1회 인상이 예상된다”며 “지금으로선 그것이 마지막 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은 유동성을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악재로 여겨지지만,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대한 연준의 판단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과거 사례들을 통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1년간 주가 흐름을 보면 주식시장 흐름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며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올해보다 내년이 그리고 내년보다는 내후년이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