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성들의 삶은 ‘안녕’했을까? 대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올해 초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를 시작으로 촉발된 미투운동. 우리사회 각계각층에서 은밀히 자행된 성범죄 폭로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돌풍은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지목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의혹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밖에도 디지털성범죄와 낙태죄 격론, 5·18 성범죄와 등촌동 전 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가정폭력 이슈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쿠키뉴스는 올 한 해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온 여성 분야 5대 이슈를 정리했다.
① 미투운동, 서지현 그리고 김지은= 1월 29일 서지현 검사는
그리고 3월 5일
현재도 서 검사와 김지은씨는 지리한 법정 공방 중이다. ‘꽃뱀’이란 오명을 들으며 이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부터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명예훼손 등의 민형사 소송 등을 가하기 시작했다. 들불처럼 번져가던 미투운동 당시 국회에 발의된 이른바 ‘미투법’ 대다수는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② 낙태죄 폐지, 될까?=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낙태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는 여성계를 중심으로 우리사회 전역으로 퍼져갔다. 9월 보건복지부는 낙태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헌법소원 이후로 유예하겠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경남에서는 경찰이 지역 산부인과에 내원한 여성 환자들에게 전활 걸어 낙태 여부를 추궁하는 일도 있었다. 낙태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와 대중의 인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공권력은 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사건’이었다.
법무부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5월 24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폐지’ 공개 변론에서 법무부는 변론요지서에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두고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표현해 구설에 올랐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낙태죄 폐지 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현재의 모자보건법이 언제쯤 개정될지는 미지수다.
③ 디지털 성범죄 그리고 양진호=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이른바 ‘몰카’로 불리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 중심에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가 있었다. 일명 ‘웹하드 카르텔’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데 한사성은 지대한 역할을 했다.
당정도 나섰다. 여야 할 것 없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각종 법안과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지난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렵사리 지난달 29일에서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 서있는 기업, ‘위디스크’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뉴스타파>, <셜록>, <프레시안>의 탐사보도는 아직 진행 중이다. 피해자의 피눈물을 ‘갈아서’, 불법 유출된 범죄 영상을 자양분 삼아 주머니를 불리던 웹하드 산업의 1등 기업의 민낯은 양 회장의 엽기 행각과 더불어 그를 비호하던 법조계 인사들과의 결탁 등과 맞물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작지만 유의미한 첫발을 내딛는데 보탬이 됐다.
④5·18 그리고 성폭력=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수사관들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 이른바 ‘성고문’에 대한 이야기는 수면 아래 묻혀있었다. 이들 피해 여성들은 최근 우리사회를 바꾸고 있는 미투운동에 힘입어 용기를 내 잔혹한 국가범죄를 폭로했다.
5·18민주유공자 김선옥씨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이 피해를 증언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의 성범죄를 정부가 직접 밝혀내겠다고 약속했다. 6월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등 3개 기관은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을 출범시키고, 10월말 총 17건의 성폭행 피해사례와 다수의 성추행, 성고문 등 여성인권 침해행위를 발표했다. 밝혀낸 사실들은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관돼 후속 처리에 들어가게 됐다.
⑤ 가정폭력, 그것은 범죄= 올해 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이었다. 이혼한 아내를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한 남성의 범죄 행각도 충격적이지만, 어머니를 잃은 자녀들이 가해자의 엄벌과 신상을 공개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다년간 가정이라는 굴레에서 폭력에 신음한 이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했다.
유족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가정폭력을 없앨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적 공분과 해결책 마련 요구가 높았던 가정폭력과 관련해 여가부는 11월 27일 국무회의에서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보고하기에 이른다. 핵심 내용은 피해자 신변보호와 가해자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진선미 장관은 “가정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주변의 적극적 개입은 가정폭력을 근절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다가올 2019년, 여성들의 일년은 안녕해질까?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