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밝았다. 하지만 강북삼성병원의 한 의사는 밝아오는 새해의 태양을 보지 못했다. 진료하던 환자가 내지른 칼에 가슴을 수차례 찔려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2시간 만인 오후 7시30분경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가 사회를 향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사건발생 다음날이자 기해년(己亥年) 새해 첫날인 1일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전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라며 국민과 정부, 국회와 언론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이 수시로 발생하며 살인사건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진료현장은 여전히 폭행에 무방시 상태이며 개인 혹은 의료기관 만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없음에도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처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의협은 최근 국회에서 응급실 내 폭력사건에 대한 처벌강화 관련 법안이 통과됐지만 그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언론이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상황을 흥미위주로 각색하거나 희화화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언론의 태도로 인해 범죄행위를 모방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언과 욕설,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데다 사건이 발생해도 일방적으로 선정적 기사로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부추기게 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더구나 이번 사건과 같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배경만을 가지고 마치 피의자의 질환에서 사건이 비롯됐다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의 공격성이 통제되지 못했다는 식으로 추측하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인식과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직 사건 피의자의 정실질환이 사건의 원인이 됐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수 있는 정보전달을 경계하고,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정밀한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울러 정신질환자의 의료이용 문턱을 낮춰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의협은 “지난해는 의료진에 대한 폭력사건이 유난히 많았던 한 해”라며 “이번 사건으로 새해를 맞이한 의료계는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다.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회원의 명복을 빌며 의료진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문제인식 제고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