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넥슨, 김정주 입장문에 담긴 앞날은

‘매각설’ 넥슨, 김정주 입장문에 담긴 앞날은

기사승인 2019-01-06 06:30:15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가 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넥슨의 앞날에 대한 여러 추측과 한국 게임 업계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각이 꼬리를 물고 있다.

▶ 신년 벽두 장식한 매각설…김정주 “여러 방안 숙고 중”

지난 3일 김정주 대표가 넥슨 지주사 NXC 지분 전량(98.64%)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한국경제가 보도했다. 김 대표(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키즈(1.72%) 보유 지분이며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이르면 다음달 예비입찰을 실시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넥슨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약 13조원, 매각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신년 벽두부터 전해진 ‘빅뉴스’에 업계와 시장은 술렁였다. 당일 넥슨 코리아 등은 “확인 중”이라며 공식 발표를 미뤘고 관련 추측과 분석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김정주 대표가 게임에 대한 국내 규제 실정 등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후문이 전해지면서 ‘셧다운제’, 결제 한도 제한과 같은 규제 정책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NXC 측은 “김정주 대표가 규제 관련 피로감을 언급한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국내 최대 규모 게임사인 넥슨의 매각설에 게임에 대한 국내 인식 수준이 경제 기여도에 비해 낮고 중국 등 후발주자에게 기술력까지 역전 당했다는 최근 업계의 위기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어 지난 4일 김정주 대표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그간의 심경과 현재 상황을 담았다.

그는 입장문에서 “줄곧 회사의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늘 주변에 묻고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고민하며 왔다”며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돈되는 대로 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해외 매각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왔다. 김정주 대표가 “보다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든다는 각오”를 언급한 것은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결심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또한 입장문 말미에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는 문장은 지난해 어린이재활병원을 전국 주요 권역 설립과 청년 벤처 창업 투자 지원 등 10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 계획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 한국 게임의 ‘기둥’, 결국 ‘큰손’ 텐센트 품으로?

넥슨의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는 중국 텐센트가 거론됐으며 미국 EA(일렉트로닉아츠), 디즈니 등도 언급됐다. 넥슨의 규모를 감안할 때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사실상 인수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자본력 있는 해외사들이 조명을 받았다.

특히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 슈퍼셀을 인수했으며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도 갖고 있는 글로벌 게임 업계 ‘큰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넷마블의 3대 주주며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에도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중국 서비스를 맡고 있기도 해 인수를 통해 IP(지식재산권) 확보와 로열티 등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994년 창립된 넥슨은 ‘바람의나라’,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등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며 한국 게임 업계의 발전사와 함께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매각설에 따른 안타까움과 우려도 불거졌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우리나라 게임 업계의 ‘맏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만약 해외로 매각된다면 그 상징성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업계의 손실로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60대 여성도 이 소식을 접하고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의 큰 기둥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매각) 소식을 접하니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안타깝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넥슨은 2000년대부터 부분유료화 과금 정책 등과 관련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비슷한 모바일 게임 중심의 최근 국내 분위기에 맞서는 행보를 보여 왔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등이 흥행하면서 튼튼해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모바일에 비해 위축된 PC 온라인 게임 시장을 꾸준히 지키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와 타이틀을 선보였다.

구체적으로 PC 온라인 게임에서 ‘사이퍼즈’ 같은 새로운 방식 시도부터 MOBA 게임 ‘어센던트 원’ 등 도전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던전앤파이터를 고품질 3D로 다시 각색한 ‘프로젝트 BBQ’로 주목을 받았다. 모바일에서도 지난해 초 샌드박스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로 참신함에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꾸준히 독자 IP 타이틀을 내놨다.

이외에도 넥슨은 매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NDC', 유저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네코제' 등 행사를 진행하며 업계 다방면에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 넥슨 게임 운영과 경영 방향은?

넥슨이 텐센트 등으로 넘어갈 경우 지금까지의 경영·운영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실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먼저 텐센트의 경우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을 인수했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과 게임 운영에 대한 간섭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사의 대표작인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시 오브 클랜’ 등이 건재하게 서비스 중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반대로 게임사가 아닌 사모펀드에 인수될 경우 경영에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지만 김정주 대표가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간 김정주 대표가 막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방어해 온 기조 역시 매각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더하지만 다음달 박지원 넥슨 글로벌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매각 관련 출장길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만큼 관련된 모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넥슨이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은 김정주 대표가 떠나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넥슨 일본법인은 오웬 마호니 대표가, 넥슨 코리아는 이정헌 대표가 각각 지휘하고 있으며 2014년 박지원 글로벌 COO가 넥슨 코리아 대표를 맡은 시점부터 김정주 대표는 사실상 직접적인 경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주 대표는 이후 NXC와 투자 자회사를 통해 코빗, 비트스탬프 등 블록체인 사업을 인수하고 키즈 관련 스토케, 브릭링크 등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려왔다.

한편, 이번 넥슨 매각설이 돌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국 중국 거대자본에 먹히는가. 씁쓸하다”, “넥슨 운영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매각은 바라지도 않는다”, “넥슨 게임들도 중국 물 드는 것 아닌가” 등 우려 섞인 반응이 다수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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