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극한직업', 현실 잊고 한바탕 깔깔 웃고 싶다면

[쿡리뷰] '극한직업', 현실 잊고 한바탕 깔깔 웃고 싶다면

기사승인 2019-01-11 00:00:00

마약반 만년 반장인 고반장(류승룡)의 신세는 고달프다. 자신보다 호봉이 한참 아래인 후배가 먼저 과장으로 승진하는 건 물론이고,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하는 말은 “동네 반장도 세월 지나면 통장 되더라. 나는 최불암 아저씨도 보기 싫어. 볼 때마다 수사반장 생각나서”다. 그 때, 딸아이가 집에 들어와 소리친다. “엄마! 나 우리 반 반장 됐어!” 웃기지만 슬픈 상황, 고반장은 어깨를 움츠리며 딸아이를 데리고 동네 치킨집으로 도망친다.

목숨을 걸고 수사에 나서지만 실적은 바닥이다. 심지어 강력반이 마약반 할 일까지 모두 해치우니 서장님은 눈에 불을 켜고 마약반 해체를 외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 때, 후배가 그에게 마약 유통의 거물 이무배(신하균)가 최근 다시 국내로 들어왔다는 첩보를 준다. 그런데 잠복 수사를 하자니 동네가 인적이 없어 영 고달프다. 그 때, 고반장의 눈에 치킨집이 들어온다. 장사가 안 돼 폐업하는 치킨집. 고반장은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을 인수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장사가 너무 잘 된다. 본래 장사라곤 꿈도 안 꿨지만, 수사본부를 차려놓은 치킨집에 자꾸 손님들이 드나드니 할 수 없이 하나둘씩 튀긴 치킨이 대박을 쳤다. 치킨집은 SNS에서 유명세를 타고, 줄서서 먹는 집이 돼 버린다. 고반장을 비롯한 마약반원들은 잠복근무를 뒤로 하고 서빙에 나선다. 오죽하면 이무배가 떴는데도, 모두 서빙에 바빠 놓쳐버릴 정도다. 그리고 고반장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대박 치킨집 사장이냐, 형사의 길이냐.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한국 영화 계보에서 유구했던 코믹 수사극을 지향하면서도 한 끗 비틀어 만들어낸 독특한 소재로 웃음을 준다. 잠복 근무를 하느라고 치킨집 사장으로 변신했다가, 본업보다 부업이 더 잘 돼버리면 다들 어떤 선택을 할까? 단순히 ‘투잡’의 면에서만 생각해 봐도 알쏭달쏭한데, 마약반 반장님의 입장이라면 더더욱 알쏭달쏭해질 것이다. ‘극한직업’은 엉뚱한 상상력을 펼쳐낸 다음 쫄깃한 연출로 버무려 입맛 당기게 완성해낸 코믹극이다.

단지 독특한 소재만으로 111분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영화라는 장르가 만만하진 않다. 하지만 ‘스물’ ‘바람 바람 바람’ 등으로 이미 코믹극 분야에서는 인정받은 이병헌 감독의 연출력은 소재와 잘 어우러져 러닝타임 내내 재기발랄한 웃음을 유발한다. 톡톡 튀는 대사와 배우들의 열연, 환상적인 마약반 5인의 팀워크가 함께하니 극은 팽팽하게 잘 당겨져 멋진 리듬을 만들어낸다. 

흔하다고 생각할 수도,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애초부터 정해져 있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극에 왜 시간을 투자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현실을 잊고 한바탕 웃고 싶은 관객에게는 충분히 가치있는 영화다. 23일 개봉. 15세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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