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태프가 선수 지도를 명목으로 폭행과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폭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국을 달군 미투 운동이 올해 들어 체육계에서도 들불처럼 일고 있는 상황에서 체육계의 정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체육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유소년 시절부터 선수-코치의 관계가 도제식으로 이어지다보니 부당한 피해를 겪어도 경기 선발 등 사실상 선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감독·코치에게 문제제기를 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빙상 등 ‘아마추어 종목’의 경우, 훈련 등이 교외에서 이뤄지고, 인력풀이 좁아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관련 분야를 취재해온 스포츠 기자들의 지적이다.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동급생간의 이른바 ‘수평 폭력’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것.
한 스포츠 기자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되레 불이익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면서 “유소년 시절부터 지도를 받다보니 소위 그루밍 성폭력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를 열고 “여가부가 시행한 대책이 체육 현장에서는 효과가 낮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 왔던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드러난 일뿐만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 범위까지 철저한 조사와 수사, 그리고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국회도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11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즉 ‘체육계 미투법’을 대표발의하며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보탰다. 남 의원은 “체육계 성폭력 문제는 지도자와 선수간의 위계구조상 취약한 위치에 있는 선수들을 지도자라는 지위와 위력을 사용하여 발생된다”면서 “불이익 때문에 신고가 어렵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정부와 국회가 체육계 미투에 대한 각종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관련 대책이 군대 및 도제식의 현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체질 개선’에 실패할 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선수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한편, 제2, 제3의 체육계 성폭력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