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제주도민 등은 지난 12일 영리병원 개설허가 취소를 주장하는 4번째 집회이자 올해 첫 촛불집회를 열었다.
15일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노동자단체가 진행하고 있는 영리병원 반대서명에는 국민 2만5000명 이상이 온라인과 의료기관 등에서 개설취소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논란을 풀기보다 허가 후 관리·감독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배짱만 부리고 있다. 심지어 의혹의 핵심이자 진실공방의 중심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에 대한 내용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은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병원설립 자격이 있는지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나 국내의료기관의 우회 투자 혹은 진출이 가능한지 ▲허가과정이 적절하게 전개됐는지 등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티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영리병원 설립요건 등에 따르면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유사사업(병원업) 경험을 증명할 자료를 사업계획서에 담아야한다.
또한 국내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환자 진료거부 금지조항과 제주도의 개설허가 당시 ‘외국인 전용’을 전제로 내건 조건부 허가 간의 충돌이나 의료영리화가 우려되는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 투자 및 진출에 대한 녹지병원의 의중 또한 사업계획서에 기술돼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제주도가 사업계획서의 타당성 등을 검토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나, 주민의 의견을 묻기 위해 진행한 숙의형 공론조사 등 개설을 허가하기까지 거쳐 온 여러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사업계획서는 제대로 검증이 됐는지 등도 논란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도가 이들 논란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앞선 쿠키뉴스 보도에서 녹지병원 사업시행자는 제주도나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제주도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검증했어야할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조차 사업계획서의 원본을 받아보지 못했으며, 공론조사위원회에서도 사업계획서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를 포함해 사업계획서를 확인했다는 이들을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보건의료노조는 16일 국내의료기관의 우회진출 가능성을 의심할만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를 폭로하고 녹지병원 개설허가 과정에서의 절차적·내용적 하자가 있다는 점을 들어 개설허가 취소가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주도는 “사업계획서는 녹지그룹 측에서 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검토를 마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개설허가를 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녹지병원이 의료법 등 국내법을 위반하거나 당초 허가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허가를 취소하면 된다”면서 “개설 심의과정에서의 문제가 드러나거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사후검증을 통해 개설을 취소할 수 있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