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가 주먹을 내지르고 흉기를 휘두르며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가 하면,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거나 병원에 비치된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수는 일들도 있었다.
실제 2019년 새해의 태양을 보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의 품에 안긴 고(故) 임세원 교수의 사망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의료계는 공분했고,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의료인 대상 폭행사건에 더해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도 호응했다. 지금까지 일명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안전진료 관련 법안을 21개나 발의했다. 또, 정부와 의료계의 논의와는 별개로 국회 차원에서 법안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진료실의 실질적인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별도의 특별논의기구를 만들어 논의에 들어갔다.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난 15일까지 국회가 발족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TF’ 논의는 2번 이뤄졌다. 의료계와 정부 간 실무협의체인 ‘안전진료TF’ 또한 같은 날 오전 3차 회의를 갖고 정부정책 및 의료계 차원의 고민을 쏟아내며 대략적인 방향을 정했다.
과연 이들이 생각하고 구상하는 안전한 진료환경이란 어떤 모습일까.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내놓은 방안대로 된다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모두 두려움을 떨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를 받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미래의 진료실 환경을 그려봤다.
◇ 처벌 및 보안·관리 강화일변도… 일부 개정안 재정지원도 언급
16일 현재,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다며 13명의 국회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총 21개다. 이들 대부분은 의료법 개정안으로 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인 의료인을 폭행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형법보다 무겁게 메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중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을 통한 강경대응을 언급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임세원 교수 사망 이전에 발의된 법안은 총 10개로 의료법 개정안이 7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3개다. 이들은 모두 진료방해 및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을 언급하고 있다. 일부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고, 음주 등 처벌을 감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임 교수 사망사건 이후 발의된 21개 법안 중 처벌을 다루고 있는 법안은 4개로 역시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고,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음주감면 대상에서의 제외 등을 다루고 있다. 박인숙 의원이 최근 제출한 법안에서는 진료방해나 의료인 폭행 시 벌금형을 제외한 실형 중심의 선고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담기기도 했다.
이 외에도 대체적으로 처벌수준은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을 적정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김승희 의원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의 벌금을, 김명연 의원은 7년 이하의 징역을, 기동민 의원은 형법상 상해죄의 50%를 가중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망과 같은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는 형법에서 정하고 있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구형해야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중상해 발생 시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울러 일련의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 아래 비상벨, 비상문 등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의료인의 신변보호를 위해 보안요원을 진료실 인근 등에 추가 배치하거나 경찰과의 연계를 통한 긴급출동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도 다수였다.
이 외에도 김승희 의원은 의료법과 국가재정법, 국민건강보험법을 묶은 일명 임세원 3법을 대표발의했다. 여기에는 의료기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담보하기 위해 의료기관안전기금을 설치, 운영할 수 있는 근거와 방안 등이 거론돼있다.
한편, 정춘숙 의원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국회에 제출해 지속적인 지원과 관찰, 때에 따른 강제치료명령 등의 요건을 개선하도록 주문하며, 정신질환자을 앓고 있는 환자의 치료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