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일 때는 팀장이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되니 말단 사원이 됐네요. 고용불안 없는 정규직 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참 착잡합니다. 왜 그런지 이유나 알고 싶습니다.”
한모(46)씨는 지난 1일자로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오래도록 괴롭혔던 비정규직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자신의 직급이 바뀌면서다.
한씨는 2016년부터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지방경남합동청사 시설 분야의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으면서 경남청사에서 계속 일해 온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한씨는 경남청사 내 소방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현장 점검 등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2008년부터 관련 업종에서 일을 해 온 한씨가 경남청사 비정규직일 때는 경력 10년의 팀장급이었다.
실제 한씨는 경남청사 시설 분야 가운데 소방방재팀의 팀장이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하자 드디어 고용불안에서 벗어나고 처우도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12일 정부의 이 같은 추진 방침에 따라 경남청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고, 한씨는 정규직(공무직) 전환에 최종합격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팀장이었던 한씨 직급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사원’으로 바뀐 것이었다.
경남청사가 2008년부터 2012년 다녔던 회사의 경력을 트집 잡을 때 설마 하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당시 한씨가 다녔던 이 회사는 현재 폐업해 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씨는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자료로, 회사가 건강보험료를 지급했다는 ‘건강보험 납입증명서’를 경남청사에 제출했다.
통상 경력증명서 중 하나로 ‘건강보험 납입증명서’가 통용되지만, 경남청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한씨는 주변에 수소문한 끝에 당시 일했던 업체 대표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고, 경력증명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한씨는 그런데도 자신이 왜 사원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정부에서 정한 ‘기술자격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데도, 같은 팀장이 된 것도 아니고 이전 경력은 깡그리 무시된 채 말단 사원이 돼버렸다”며 “같이 일하던 부하 직원들이 이제는 상관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한씨가 말한 ‘기술자격 기준’은 ‘정부청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기준’에 따른 것으로, 부장급‧팀장급‧대리급‧사원급으로 나뉜다.
청사별 등급 기준에 따라 ‘나’급 청사로 구분돼 있는 경남청사는 팀장을 제외한 부장‧대리‧사원 등 3개 직급을 두기로 돼 있다.
부장급 기준은 기사 이상 자격을 보유하고 해당 분야 경력이 7년 이상이거나, 산업기사 자격을 보유하고 해당 분야 경력이 9년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련 자격증도 가지고 있고 경력기간도 충분해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부장급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한씨는 주장했다.
한씨는 이런 배경에는 경남청사가 자신의 노조활동 경력을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재 경남청사 일반 임기제 이모 소장이 부임한 후 계속된 갑질 피해에 시설 분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노조를 결성하게 됐고, 한씨가 지회장을 맡았었다.
특히 경남청사 이모 소장은 최근 경남청사 누수 문제와 갑질 논란 등으로 언론에 지적되자 사의를 표명했는데, 공무직 전환 면접위원장 자격으로 최종결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 한씨는 기존 노조를 탈퇴해 지회장도 맡고 있지 않고 있다.
한씨는 “임명장에는 제가 4급 사원으로 돼 있는데, 원래 규정대로라면 4급은 대리급이고, 사원은 3급으로, 경남청사는 직제상 있지도 않은 직급을 저한테 준 것”이라며 “이를 따지니 6개월 뒤에 부장급으로 바꿔주겠다고 한다. 문제가 있음을 청사에서도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장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 실무책임자인 사무관이 이 사태의 배후에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남청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청사 관계자는 “부장급 경력이 인정되려면 기사 자격증 소지에 경력 7년 이상이어야 하는데, 한씨의 경우는 인정되는 소방 관련 경력이 2년11개월에 불과하다”면서 “경력증명서 상 소방 경력이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경력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씨는 “관련 경력증명서를 모두 다 제출했는데도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며 반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