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불리며 1년여를 이어온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의 1심 형사재판이 판결만을 남겨둔 채 마무리됐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재판에서 피고로 기소된 의료진들은 눈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검찰에게도, 유족들에게도 그들의 마음은 전해지지 않은 듯하다.
검찰은 16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안성준) 결심공판에서 조수진 교수와 박은혜 교수에게 금고 3년을, 비전임 임상교수인 심 모씨와 수간호사 심 모씨에게 금고 2년을, 전공의 강 모씨와 간호사 오 모씨와 나모씨에게 각각 금고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조 교수와 박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지질영양주사제 스모프리피드 500㎖를 간호사들이 5~7명분으로 나눠 투약하는 분주관행을 방조하고, 그로 인한 감염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도 감염교육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혐의를 받았다.
그 아래 심 교수와 수간호사 심 씨 또한 관리자 혹은 상급자의 위치에서 일련의 행위를 묵인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의 안일하게 행동해 신생아 4명이 오염된 주사제를 맞고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사망하는데 일부 책임이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외에도 직접 분주를 하거나 투약을 한 간호사나 처방을 내린 전공의에게도 감염관리 등을 소홀했다는 이유 등으로 신생아들이 사망한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고 각각 금고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검사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 가슴이 먹먹한 일도 많았다. 중한 사건이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고,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자 했다”며 “선의의 치료과정에서 불손한 의도는 없었지만 주의의무를 해태했다는 점에서 면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어 “4명의 아이가 동시다발적으로 죽었다. 수사와 공판과정에서 누군가는 답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내 피고인과 변호인은 원인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제3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간호사는 의사에게 의사는 간호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관행에 떠넘길 뿐 진지하게 책임지는 자세가 없었다”고 구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 도의적 책임은 통감해 사과, 형사적 책임은 수긍 못해 무죄
그러나 변호인들은 검찰의 구형에 반발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망의 결과와 피고들의 행위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생아들의 사망원인과 감염경로, 역학조사와 수사과정에서의 의혹 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점들을 들어 형사적 책임을 묻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와 전공의 강씨의 변호를 맡은 이성희 변호사는 “2018년 1월 16일, 경찰에 출석하자 모든 것에 결론이 나있었다. 경찰은 이미 100여 문항을 만들어두고 답만하면 끝난다는 식이었다”며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좀 더 명확한 사실을 전반적으로 조사했어야 했다”고 최후변론을 시작했다.
이어 “아직 형사적 책임을 물을만한 증거가 없고, 사망의 원인조차 이견이 남아있다”면서 “(피고인들이) 책임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책임 질 만큼 책임을 지고, 유가족에게도 진솔한 사과를 계속해서 하고자 했다. 아이들을 책임졌던 의료인으로 의료과실이 아닌 감염사고이기에 밝히고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노력도 했다”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호소했다.
이 변호사 외에도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은 분주관행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중적 잣대, 병원 약제과 소속 약사위원회 등 병원의 직·간접적 분주강요, 역학조사 및 부검과정에서의 문제와 그 결과의 불명확성, 사건 전후의 관리감독이나 병원 내 업무 환경의 어려움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박 교수의 변호인은 “피고인도 도의적 책임과 인간적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엄격하게 사망원인과 업무상 과실이 입증돼야할 형사재판에서 결론에 다가갈 역학조사의 신빙성이 의심될 수 있고, 사망원인이 다를 수 있는 여지가 남았다”며 “유전자검체결과상 원인균이 동일하지 않고, 감염경로에 대한 입증도 부족하거나 없다”고 정리했다.
덧붙여 “전형적인 치료행위에 의한 의료과실이 아닌 감염관리 소홀로 인한 결과로 신생아들의 사망이 발생했다”며 “신뢰가 바탕이 된 분업체계가 확립된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 직책이나 소속의사에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피고가 죄의식과 책임을 느끼지만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 눈물과 사과에도 녹지 않은 유가족의 마음
한편, 마지막 공판에서 7명의 피고인은 뜨거운 눈물과 함께 사건 이후의 삶과 고통, 재판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솔직한 심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뜨거운 눈물과 진심어린 사과, 울음 섞인 음성의 호소에도 유가족의 원망어린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조수진 교수는 “하빈이 아버지를 다시 보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자식 잃은 마음 위로받지 못하고 어떤 말도 상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죄스럽고 말을 잊지 못했다”고 운을 땠다. 이어 “피고인으로 앉아있지만 두 아이의 엄마이고, 17년간 신생아를 진료해온 의사로 4명의 아이를 동시에 잃은 충격에 앞으로도 현장에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이후 “유족에게 마음을 전하고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병원이 막았다.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꼬리자르기식 희생양으로 삼아 버렸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죽고 싶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수사를 받고 기회를 놓쳤다”며 “살리지 못한 죄송함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모두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재판정을 찾은 유가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박은혜 교수 또한 “모든 것에 앞서 아이를 살리지 못한, 치료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 죄송하다. 30년의 삶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죽으면 조금이나마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자포자기의 심정도 들었다. 큰 상처를 줘 죄송하다. 아이들 이름 평생 마음에 담고 살겠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픈 아이들을 더는 잃지 않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들을 비롯해 교수 심 씨, 전공의 강 씨, 수간호사 심 씨, 간호사 오 씨와 나 씨 모두 눈물과 함께 사죄의 말을 사망한 아이들과 유족에게 전했다. 그럼에도 재판에 참석한 유가족은 “사과를 당했다”며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도 원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을 마친 후 만난 A씨는 “이들의 사과를 순수하고 진정한 사과로 지금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일방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벽을 두고 나뉘어있는 공간에서 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사과는 서로가 한 공간에서 말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하며 하는 것”이라며 “아직도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있다. 진정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따로 자리를 만들어 함께 이야기하며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구형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몫이다. 유가족을 대표할 수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유족들이나 피고들 모두 지금의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며 “피고들이 징역을 얼마나 사는지가 중요하진 않다. 하루를 살더라도 진정 사과하고 잘못을 뉘우쳤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사망원인이 밝혀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